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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부자만들기]현대판 '맹모삼천'의 부작용

입력 | 2003-02-03 18:16:00


“뉴욕 맨해튼의 ‘잘 나가는’ 변호사 레너드 스클라파니는 매일 15시간 일한다. 모든 시간을 일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6시간은 자녀들을 학교와 학원, 스포츠센터로 실어 나르는데 쓴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최근 게재한 한 칼럼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자녀교육에 쏟는 부모들의 헌신은 미국도 한국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조사에 따르면 워싱턴DC에서 직접 자녀를 통학시키는 학부모는 95년 11%에서 지난해 20%로 급증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자연친화적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뜻에서 교외에 학교를 세우도록 한 정부 방침을 따르다 보니 학교가 너무 멀어졌습니다. 미술 음악 체육 등에 정성을 쏟는 부모들이 많아진 탓도 있습니다.

교육풍토가 바뀌면서 새로운 산업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무실이나 집으로 바꾸고 있답니다.

덕분에 차량용 DVD나 VCR의 매출이 지난해 50% 증가했지요. 맞벌이로 바쁜 부모들이 고교생이나 대학생을 ‘시간제 운전사’로 고용하는 수요는 10년 동안 20%가량 늘었습니다.

비록 일부 계층의 이야기겠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강남지역 집값이 치솟은 것은 교육열이 큰 역할을 했지요. 서울 상계동에 살다 지난해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한 한 학부모는 “상계동에 살면서 4년 동안 수학은 대치동, 영어는 서초동으로 아이를 실어 나르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만난 한 여교사는 “요즘 학부모들은 자녀가 ‘멀리해야 할’ 친구로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첫손에 꼽는다”며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부모들의 카풀 모임 회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더군요.

강남에 진출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부모, 학원에 데려다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는 부모…. 하지만 아무리 자녀교육을 위한다고 해도 ‘남들 따라하기’에는 끝이 없습니다.

강남의 부모들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보내지만 미국에서도 교육 열풍이 부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어렵더라도 원칙을 세우고 그에 맞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