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도중 폭발한 컬럼비아호의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분석 작업에 착수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섣부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폭발 수분 전 왼쪽 날개 쪽의 온도 감지장치들이 이상 징후를 보였다는 점에서 왼쪽 날개 내열(耐熱)타일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추정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경미하지만’ 운명적인 이륙 사고=컬럼비아호는 지난달 16일 이륙 1분 뒤 외부 연료로켓을 에워싼 수지(樹脂) 일부가 엄청난 속도를 이기지 못해 벗겨졌다. 떨어져 나간 수지는 덩어리를 이뤄 컬럼비아호의 왼쪽 날개를 때렸으나 그뿐이었다. 지난해 10월 애틀랜티스호가 이륙할 때도 고체연료 로켓의 수지가 벗겨지면서 후미(後尾)를 때렸으나 별 이상이 없었다.
이 같은 전례 탓에 지상통제센터는 사고 하루 전까지 “착륙에는 이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이륙 때 왼쪽 날개가 입은 충격이 초래한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수정했다.
▽‘알았다 해도 수리할 수가 없었다’=통상 우주왕복선은 대기권 진입시 섭씨 1650도까지 치솟는 마찰열을 이기기 위해 △역(逆)분사로 미리 감속하고 △기체 하부와 날개 부분에 2만여장의 내열타일을 실리콘 접착제로 촘촘히 붙여 열이 기체로 퍼지는 것을 막는다. 이 타일이 충격 등으로 일부라도 떨어져 나가면 기체 일부의 온도가 치솟고 이 때문에 바로 옆 타일이 연쇄적으로 떨어져 나가 기체는 용광로처럼 달궈지게 된다.
컬럼비아호는 교신이 끊기기 7분 전(오전 8시53분) 온도감지기가 이상을 일으키고 4분 전 왼쪽 랜딩기어의 온도감지기까지 작동을 멈춰 내열시스템이 망가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ASA의 론 디트모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국장은 “선내(船內) 실험이 주목적인 컬럼비아호는 수리용 로봇 팔이 없었다”면서 “(타일 이상이 맞는다면) 승무원들은 이륙 때부터 운명이 정해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가능성 희박=이라크전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데다 이스라엘 우주인이 탑승했던 탓인지 사고 직후 일부 언론들은 테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NASA 전문가들이 일찌감치 일축했다. 지상통제센터와 마지막으로 교신할 당시 고도 65㎞를 음속의 18배로 비행했던 컬럼비아호를 격추할 미사일은 지구상에 없다는 점 때문.
또 대기권 진입시의 오류 가능성도 점쳐졌다. 대기권 쪽으로 기수를 지나치게 내리면 짧은 순간에 공기밀도가 높은 대기층에 진입하면서 내열시스템을 망가뜨릴 정도로 마찰열이 높아진다. 반면 적정 각도보다 높게 기수를 유지하면 대기권 밖으로 튕겨 나갈 위험이 있다.
컬럼비아호의 경우 기수를 지나치게 내렸다 해도 즉각 지상통제센터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지상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사이에 참사가 벌어질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