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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예비글쟁이 '文靑'

입력 | 2003-01-22 18:53:00


지난해 11월 11일 ‘2003년 동아신춘문예’를 알리는 사고(社告)를 시작으로 21일 시상식을 마치기까지 3개월여. 신춘문예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일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9개 부문을 공모한 ‘동아신춘문예’는 올해 6개 부문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문학평론 부문은 당선이 취소됐고, 시와 시나리오 부문은 아예 당선자를 내지 않았다.

시 부문의 심사를 맡았던 유종호(문학평론가) 김명인씨(시인)는 본심에서 “근래의 당선작들을 모방한 응모작이 너무 많았다”고 탄식했다. 응모작을 앞에 두고 심사위원과 동아일보사는 함께 고민했고 결국 ‘당선작 없음’이라는 단안을 내렸다. 억지로 가작을 내기보다는 문학지망생들에게 더욱 분발하라는, 일종의 ‘경종’을 울려주는 편이 더 바람직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시나리오 부문에서도 같은 이유로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표절 논란이 있던 문학평론 부문의 당선을 취소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고심이 많았다. 응모자가 문학평론가 이광호씨의 기발표작을 인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심사위원은 의도적인 표절이라고 판단치는 않았으나 공모작을 내기 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응모자의 과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한 부문의 당선자는 자신의 사진을 지면에 싣고 싶지 않다는 요청을 했다. 그는 신춘문예 공모 요강에 당선된 뒤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느냐고 반문했다. 또 개인사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으니 대리수상을 하게 해달라고 하고 결국 시상식에 불참했다. 심혈을 기울여 그를 뽑아준 심사위원이나 그를 격려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문단의 원로 선배들, 그리고 새 묘목에 물을 주고 길러줄 책무를 가지고 있었던 신문사의 입장 등은 전혀 생각지 않은 태도였다.

시상식에 참석한 문학평론가 김화영 교수(고려대)는 “신춘문예에 당선됐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다른 수많은 이름들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신춘문예라는 제도의 의미와 보람, 그리고 글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가야할 ‘문청(文靑)’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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