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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값 떨어졌다는데 사실과 다르네"

입력 | 2003-01-15 19:05:00

고기정기자


부동산 시세 조사 기관들은 저마다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밝힌다. 맞는 말이다.

반면 집을 사러 중개업소를 돌다 보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값이 오른 곳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독자들의 볼멘소리도 많다. ‘집값이 떨어졌다는데 실제 가보니 그렇지도 않더라’는 식이다.

우선 통계를 살펴보자.

시세 조사 기관들이 내놓는 통계는 대부분 지역과 시기에 따라 집값을 구분한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이 한 주일 전보다 ○○% 변동했다’고 발표한다. 이 수치에는 강남구에 있는 모든 아파트가 포함돼 있다. 개별 단지의 가격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하지만 조사 대상을 세분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지난 주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구) 아파트값은 전 주보다 0.51% 떨어졌다. 이 가운데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1.33%나 하락했다. 일반 아파트는 0.0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보합 수준이다.

2001년 말 현재 서울 아파트는 102만4000가구다. 이 중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는 17만2800여가구로 전체의 17%에 이른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가격도 높다. 이들 가격이 움직이면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가격도 변동한다. 최근 상황이 이렇다. 통계의 착시현상이 빚어지는 셈이다.

아파트 전체를 한 잣대에 놓고 평가하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자동차 값이 연식과 모델에 따라 제각각이듯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개포동 A아파트는 최근 석달간 무려 7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이와 달리 강남구 수서동 한아름아파트나 도곡동 삼성아파트는 지난주에만 1000만원이 올랐다.

단기 투자용으로 각광을 받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가격 등락이 심하다. 주택시장이 냉각되면 낙폭도 크다. 반면 입지여건이 좋은 새 아파트는 수요층이 탄탄하다. 값이 꾸준하게 유지된다.

땅은 겨울에 사라는 말이 있다. 눈이 녹은 곳은 햇볕이 잘 드는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습하거나 응달진 곳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초목이 땅을 덮고 있어 판단이 쉽지 않다.

주택 투자도 마찬가지다. 요즘이야말로 제대로 된 집과 그렇지 않은 곳을 고를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