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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가 北체제 보장 '核해결'

입력 | 2003-01-15 06:47:00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가 13일 언급한 ‘북핵 해결 다자해법’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미 제네바합의(94년)의 틀을 대신할 새로운 협상틀을 구상 중임을 보여준다.

일견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이나 북-미간 불가침조약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불가침조약에 버금가는 체제보장을 국제기구가 대신 보증함으로써 북한의 핵 투명성 확보를 얻어낸다는 방식은 지금까지 거론되던 해법과는 궤를 달리한다.

▽다자해법 구상 배경=부시 행정부는 일단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추면서도 북한을 직접 다뤄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다자해법’을 생각한 것 같다. 북한의 불가침조약이나 체제보장 요구를 거부해온 원칙을 지킴으로써 명분도 찾고, 핵 문제 해결이라는 실리도 얻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핵문제 해결 후 북한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미국 혼자만 부담을 떠안는 상황은 피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제네바합의 체제를 뛰어넘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력을 과시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이라크와 형평성’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게 다자해법의 매력이다.

사실 지난해 10월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계획이 공개된 이후 대북정책을 공조해온 한미일 3국은 일관되게 “북한의 핵개발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보장협정 준수의무 등 국제규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북-미간 제네바합의 및 한반도비핵화선언 위반이라는 점도 지적했지만, 기본은 NPT 및 IAEA 규약 위반이었다.

켈리 특사의 발언이 정대철(鄭大哲) 특사단장을 비롯해 방미단 전원,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위원, 민주당 내 북핵 태스크포스팀 등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 인사 10여명이 참석한 미 대사관저 만찬석상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새 정부팀과 ‘새 판’을 짜겠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자해법 프로세스 어떻게 마련하나=부시 행정부는 일단 유엔 안보리를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IAEA 일정을 보면 1월 넷째주 초에 특별이사회를 열고, 북한의 NPT 위반사항을 점검한 뒤 유엔 안보리 상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또는 기타 국제기구가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를 수용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북한처럼 기존 약속을 위반한 나라에 체제보장이라는 ‘당근’을 준다면 기타 회원국이 들고일어나고, 유엔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핵공격 위협에서 보호해준 사례가 없지는 않다. 미국을 비롯한 5대 핵강국은 92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로 옮겨 파기한 뒤 우크라이나를 핵무기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기로 약속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결국은 북한이 먼저 핵투명성을 증명해야 한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