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가반 매코맥 호주국립국방대 교수(사학)가 특별 기고를 보내왔다. 영국 런던대에서 일본역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매코맥 교수는 한국전쟁을 ‘인민해방전쟁’으로 평가하는 등 좌파 수정주의 학계의 대부로 불렸으나 93년 초 영국에서 발간되는 격월간지인 뉴레프트 리뷰에 김일성과 북한 체제를 맹렬히 비판하는 내용의 논문(‘The Kim Country’)을 발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
다시 한국에 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라크와 북한을 지칭해 두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기 위한 수순이 진행되고 있고, 북한이 이라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새해 벽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발언 수위를 낮추려고 애쓰고 있지만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전쟁 직전까지 갔던 1994년 위기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 잇따른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합의에 의해 해결됐다. 미국이 2003년까지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고, 매년 50만t의 중유를 공급해 주는 대신 북한은 핵원자로 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정치·경제적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미국은 핵무기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9년이 흘렀지만 북한에는 경수로가 건설되지 않았다. 2010년이 되어도 에너지발전소가 세워질 가망은 없다. 대신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공식 보장’ 대신 핵무기 사용까지 가능한 선제 공격을 거론하고 있다. 제네바합의는 클린턴 행정부의 실책이자 거의 폐기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평양의 최근 핵 위협은 이러한 워싱턴을 다시 회담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필사적 책략으로 보인다.
북한 사람을 가장 잘 아는 이는 한국 사람들이다. 2002년 말 군중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반북이 아니라 반미였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60% 가까운 한국인들이 더 이상 북한을 안보 위협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56세인 노무현씨의 대통령 당선은 냉전 이후 세대의 부상과 미국의 압력에 저항하는 새로운 결의를 의미한다.
한국이 거절한다면 북한에 대한 전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97년 취임 이후 햇볕정책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12월 초 서울에 온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 정부가 전쟁에 대한 논의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더 관심이 많은 것에 당황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런 고집스러움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상하고 이해하기 곤란한 ‘악’으로 흔히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 평양은 과감한 경제개혁, 한국과 철로연결 및 경제 협력 증대, 일본인 납치에 대한 사과 등으로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동토(凍土)에서 나오고 싶어한다.
정리=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가반 매코맥 호주국립국방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