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크게 내리고, 덤도 왕창 끼워주고, 경품 행사도 많이 하고….
바겐세일을 하는 회사가 늘수록 소비자는 즐겁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세일은 무조건 즐거운 일이 아니다.
내가 투자한 회사가 물건을 싸게 판다면 그 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또 싼 가격에 억지로 물건을 팔아야 하는 회사라면 투자자가 모르는 뭔가 절박한 악재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세일을 하는 회사를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좋은 세일’과 ‘나쁜 세일’을 구분해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 세일〓회사가 지금은 물건을 싸게 팔지만 앞으로 보상을 단단히 받아낼 준비가 돼있으면 ‘좋은 세일’이다.
산후조리원에서 아기에게 먹이는 분유나 산부인과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분유는 대부분 분유회사가 공짜로 제공한다. 그러나 ‘이렇게 공짜로 팔면 분유회사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분유는 한 번 아기가 입을 대면 특별한 이유 없이 종류를 바꾸기 어려운 제품. 분유 한 통 공짜로 제공한 대가로 2년 동안 자기 회사 분유를 먹을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프린터 가격이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프린터 회사 수익률 하락을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프린터는 10만원이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잉크가 5만원이 넘는다. 프린터를 싸게 팔면 이후 비싼 소모품을 계속 팔 수 있으니 크게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복사기를 저렴하게 판 뒤 종이와 토너를 계속 팔아치우는 회사, 싼 값에 정수기를 빌려준 뒤 필터 등을 계속 파는 회사도 ‘좋은 세일’을 하는 기업에 속한다.
▽나쁜 세일〓장사가 안 돼 억지로 물건을 싸게 파는 세일은 투자자에게 ‘나쁜 세일’이다.
최근 ‘새로 가입한 고객에게 한 달 동안 수수료 무료’ 등 각종 혜택을 내세워 수수료 경쟁을 벌이는 증권사들이 대표적인 예. 수수료 면제는 당장 고객을 늘리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증권사 수익성을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한다. 혜택 기간이 끝나자마자 수수료가 더 낮은 증권사로 옮아다니는 고객이 적지 않기 때문.
속칭 ‘땡처리’라고 부르는 옷 바겐세일도 투자자에게는 좋지 않은 세일이다. 이런 세일은 대부분 넘치는 재고를 어쩌지 못해 싼값에 물건을 내놓는 의류회사의 고육책인 경우가 많다.
동양종합금융 최현재 연구원은 “시장 주도력이 없거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회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싼값에 물건을 판다”며 “구조적으로 마진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회사는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