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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중 실종 한상국중사 시신 고속정서 발견

입력 | 2002-08-09 23:53:00

고 한상국 중사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기어코…. 아! 정말 늠름했던 녀석이었는데….”

6월 29일 서해교전 당시 실종됐던 한상국(韓相國·27)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韓鎭福·56)씨는 9일 아들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중사의 유해는 실종된 지 41일 만인 이날 오후 5시25분경 발견됐다.

황의돈(黃義敦) 국방부 대변인은 “해난구조대원(SSU)들이 해저 15∼20m에 침몰된 고속정의 조타실에서 한 중사의 유해를 찾아냈다”며 “한 중사의 유해는 고속정으로 연평도까지 옮겨진 뒤 군 헬기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경 한 중사의 시신을 태운 헬기가 병원에 도착하자 영안실에 미리 와 있던 어머니 문화순(文花順·55)씨는 오열을 토했다.

문씨가 아들의 얼굴을 봐야겠다며 시신이 안치된 곳으로 달려가자 한 중사의 두 여동생이 어머니를 붙잡고 함께 통곡했다.

분향소에는 한 중사와 같이 근무했던 경기 평택항의 제2함대 소속 동료 20여명이 찾아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 중사의 아버지 한씨는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아 허공만 응시했다.

형편상 혼인신고만 하고 올 가을에 결혼식을 올리려 했던 한 중사의 부인 김모씨(29)는 오후 9시경 영안실에 먼저 와 있었고 다른 가족들은 오후 9시반경 도착했다.

서해교전 당시 조타실에서 한 중사와 같이 있었다는 한 동료는 “한 중사는 적 경비함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끝까지 방향타를 놓지 않았다”며 “우리만 살아 할 말이 없다”고 울먹였다.

아버지 한씨와 어머니 문씨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 관당리 무창포해수욕장 인근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가끔 0.5t짜리 작은 고깃배로 꽃게나 우럭 등을 잡아 생계를 이어갔다.

한 중사는 무척이나 효자였다. 3년여 전 부모님이 살던 ‘오막살이집’이 해수욕장 개발로 헐리게 되자 군 입대 전 직장과 군에서 번 돈으로 번듯한 집을 마련해 살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한 중사가 실종되자 부모는 민박집 운영을 그만둔 채 대문 밖이나 바닷가에 나가 혹시나 아들이 돌아올까 서성댔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지면 먼바다를 응시하며 눈시울을 적시기 일쑤였다고 마을 주민들은 전했다.

이장인 김학태(金鶴泰·48)씨는 “한씨 부부는 최근 들어 태풍이 몰아치자 바닷가에 나가 ‘우리 부부는 네가 지어준 집에서 비 안 맞고 잘 지내는데 이렇게 비가 오면 너는 어떻게 하느냐’며 울먹이곤 했다”고 전했다.

한 중사는 1남2녀 중 장남으로 고교 졸업 후 어부인 아버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며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다.

장례식은 11일 해군장으로 치러진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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