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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가요계 '비리 수사' 된서리 "울고 싶어라"

입력 | 2002-08-05 18:27:00


음반업계와 가요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예계 비리 수사로 가요계가 위축된데다 불황에 시달려온 음반 시장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최근 ‘왁스’의 3집은 80만장 가까이 나간 2집의 빅 히트 여파는 물론, 수록곡들의 완성도가 높아 ‘대박’이 예상됐다. 그러나 출시 직전 터진 이번 사건으로 가요와 방송계가 움츠러드는 바람에 음반 판매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파일공유서비스인 ‘소리바다’와의 법정 싸움에서 일단 승리한 음반업계는 쾌재를 불렀다. 음반업계는 그동안 “MP3 때문에 판이 안 나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했다. ‘소리바다’만 없어지면 당장이라도 음반 판매가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고, 이제 그 꿈이 실현되는 듯 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내려 받아 개인 MP3 플레이어에 수록하거나 CD로 복사해 자신만의 콤필레이션 앨범을 만드는 일이 제한적으로나마 어려워졌지만, 그 효과를 가늠할 척도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소비’위축만 문제가 아니다.

제작자 등 관련자들의 손발이 묶이면서 ‘음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검찰의 소환 대상자 중 A씨는 정상급 가수들의 음반을 배급하는 음반업계의 선두 주자인 레코드 회사 사장이다. B씨는 음반업계에서 ‘미다스의 손’ 이라고 불리며 가장 잘나가던 음반 제작자다. 또 다른 음반 제작자 C씨는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은 댄스 그룹들을 잇따라 키워낸 이 바닥의 ‘신화’였고 모 방송국의 간부급 PD인 D씨는 많은 히트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히트 제조기’였다. 최근 구속된 모 스포츠 신문의 간부 E씨는 영화계의 간판 기자로 활약하며 수많은 인맥을 거느렸고 역시 구속된 모 케이블TV의 간부도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을 초창기부터 키워온 대표선수였다.

그들이 유죄 여부는 법원이 가려낼 것이다. 사건이 종료된 뒤 그들의 거취는 법이 내려준 판단과 스스로의 양심, 그리고 국민들의 평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가을 개편을 앞둔 방송국의 쇼 프로그램 파트는 비상이 걸렸다. 일부 쇼 프로그램 PD가 구속됐고, 일부는 잠적했으며 남아 있는 PD들은 사기와 의욕이 떨어져 방송국 내부에 활기가 전혀 없다고 한다. 음반 제작자들이 함께 휴가라도 간 것처럼 사라지는 바람에 가요계는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새 음반을 준비해야 하는 한 인기 가수는 자신의 음반을 만들어 줘야 하는 소속사 매니저들이 비리와 상관이 없는데도 지레 겁먹고 잠적하는 바람에 애꿎게 음반 제작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당황하고 있다.

한동안 호황을 누리던 뮤직비디오 업계도 제작자들이 잠적하자 대형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중단돼 감독들이 휴가를 떠나는 상태다.

하루빨리 이번 사건이 종결되고 가요계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가요계도 음반홍보(PR)비 살포, 금품 제공이 통하는 전근대적인 ‘가요 바닥’이 아니라 과학적인 홍보 마케팅 기법이 통하는 ‘음반 산업’으로 거듭나기 바란다.시나리오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