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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수목드라마서 뜨거운 경쟁 양동근-고수 ‘안방’ 점령

입력 | 2002-07-15 17:47:00


3일 시작한 MBC ‘네 멋대로 해라’와 SBS ‘순수의 시대’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2%p 안팎의 차이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MBC와 SBS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두 수목드라마를 비교 분석하며 어느 게 더 재미있는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정도. 두 드라마의 인기 요인에는 양동근과 고수 등 두 남자 탤런트의 눈부신 연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MBC ‘네 멋대로 해라’ 양동근

MBC ‘네 멋대로 해라’의 박성수 PD는 주인공 고복수 역에 양동근을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대뜸 “못 생겨서”라고 말했다.

복수는 소매치기로 밥벌이를 하다 시한부인생 선고를 받은 뒤 여주인공 전경(이나영)과 마지막 사랑을 하는 인물. “꽃미남 소매치기는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박 PD가 그를 캐스팅한 것은 단지 못생겨서는 아니다.

“그의 연기를 보면 가끔, ‘저 친구, 인생에 대해 좀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중 뇌종양 선고를 받고 아무렇게나 살아온 자신의 삶을 후회하는 복수가 눈물을 삼키며 마을버스 운전 기사인 아버지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은 가히 압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실감나는 연기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라는 칭찬 일색이다.

“복수는 단순해요. 자기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화를 내는 게 전부죠. 단순함이 저랑 닮아 몰입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힙합과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포장된 양동근은 ‘내 멋대로 사는’ 신세대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철없는 신세대와는 구별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죠. 제 전공은 원래 코믹보다는 정극이에요.”

그는 영화 ‘수취인불명’에서 미군 아버지와 창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배역을 맡아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나름대로의 연기 철학을 기대했지만 그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배우다. 래퍼인 그는 최근 노래 ‘골목길’의 현실 비판적 가사를 쓰기도 했지만 “사회에 대한 남다른 시각은 무슨…, 그냥 누구나 하는 이야기를 가사로 썼을뿐”이라고 말했다.

PD나 영화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연출 요구가 무엇이든 송두리째 빨아들이는, 스펀지같은 배우라는 평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SBS ‘순수의 시대’ 고수

한 CF에서 여자 친구를 ‘통금’시각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숨이 끊어져라 달렸던 는 CF가 성공하면서 꽃미남 대열에 들어섰다. 곱상한 외모와 선한 눈빛 덕에 그의 인기도 치솟았지만 “얼굴을 되는데, 연기는 안된다”는 꽃미남 콤플렉스의 전형을 보여줬던 게 사실.

“착하게 생겼다는 게 단점도 되나 봐요. 강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은데 아무리 심각한 표정을 지어도 분위기가 잘 안되요.”

탤런트 고수(24)가 꽃미남 콤플렉스에서 조금씩 벗어난 건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피아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건달 출신의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이복 누나와의 애틋한 사랑을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대본대로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피아노’ 이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순수의 시대’의 주인공 태석은 어머니의 불륜과 부모의 이혼에 대한 기억 때문에 사랑을 믿지 않는 인물로 ‘피아노’의 재수보다 더 깊은 내면적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제가 태석의 전부를 이해할 순 없지만 한마디로 ‘매력덩어리’ 인간이에요.”

그는 데뷔 이후 줄곧 부잣집 도련님(MBC ‘엄마야 누나야’), 평범한 대학생(MBC ‘논스톱’) 등 20대 초반의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밋밋한 역을 맡아왔다. 그러나 외모와 달리 반항적 캐릭터를 맡으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순수의 시대’에서 겉으로는 강한 척하나 속으로는 상처를 안고 사는 남성의 내면을 소화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회사원 김현정씨(26)는 “‘꽃미남’이라는 고정 관념에 가려져 있던 그의 연기력이 이제야 돋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보다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연기자다. 영화 ‘챔피언’과 같은 휴먼드라마의 주인공을 맡는 게 꿈.

“20대에 반짝하는 연예인이 되긴 싫어요. 장동건 선배가 꽃미남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것처럼 저도 그 길을 걷고 싶어요.”

그의 좌우명은 ‘거짓말 하지 않기.’ “언젠가는 상대방이 알게 될 일이라면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는 그는 “부담스러웠던 ‘꽃미남’ 이미지를 벗고 평소의 모습을 보여줬더니 반응이 좋은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