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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커먼 웰스', 큰돈 앞에 옷벗은 인간의 속물 근성

입력 | 2002-04-22 18:04:00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해진 건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공공의 복지’라는 뜻의 스페인 영화 ‘커먼 웰스’는 우연히 생긴 거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웃간의 싸움을 통해 인간의 속물 근성을 헤짚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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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소의 직원이자 마흔 살 노처녀인 훌리아(카르멘 미우라)는 어느날 매물로 나온 아파트에서 집주인이었던 노인의 시체와 30억 페세타(한화 180여억원)을 우연히 발견한다. 남자 친구를 불러 가방에 돈을 담으려던 훌리아는 동시에 이웃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는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노인이 거액의 복권 당첨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노인이 죽으면 이를 나눠갖기로 한 것이었다.

이 영화는 돈을 놓고 벌이는 코미디를 근간으로 스릴러(노인의 죽음)와 액션(돈가방 추격전)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면서 장르적으로 매우 풍성해진다. 돈가방을 찾던 한 이웃이 엘리베이터에 몸이 잘리는 장면에서는 컬트적 분위기까지 풍긴다.

결국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이방인간의 공존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이야기한다. 사뭇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스타워스’ ‘매트릭스’ 등을 패러디하는 발랄한 감성으로 끝까지 흥미가 이어진다.

훌리아 역의 미우라는 이 영화로 2000년 산 세바스찬 국제영화제와 2001년 스페인 고야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5세 이상. 26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