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재래시장도 현대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무작정 손님이 오기만 기다리다가는 문닫기 십상이죠.”
경기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부흥시장(1980년 개설) 번영회장인 권태수씨(48)는 최근 ‘재래시장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후 시장통에 새로운 활력이 넘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주변의 백화점과 창고형 할인매장 때문에 한동안 위축되던 시장 분위기가 한결 좋아지고 있다는 것.
인터넷 홈페이지(http://sijang.bucheonsi.net)를 연지 이제 겨우 2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보고 연락했다’는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재래시장의 주고객층인 40대 이상 주부들 외에 백화점 등을 주로 찾던 20∼30대 젊은 주부들의 전화 빈도가 많다는 사실에 더욱 고무적이라는 것.
이 홈페이지에는 57개 점포의 부흥시장 뿐만 아니라 상동, 역곡, 중동, 원미, 강남시장 등 원미구에 있는 6개 재래시장이 함께 소개돼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우선 다양한 점포별 취급 품목을 사진을 통해 한 눈에 알 수 있다.
가령 원미시장 ‘떡집’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해당 점포 목록이 나오고 이어 사진을 통해 상품을 정한 뒤 전화로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 준다.
재래시장인 만큼 전화로 주문할 때도 흥정만 잘하면 물건 값을 깎을 수 있다.
아직 초기단계라 현재는 일부만 인터넷 주문이 가능하지만 조만간 전체 등록 점포로 확대할 계획.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물가 정보’를 통해 구입하고자 하는 물건 시세를 미리 알아 볼 수도 있다.
이밖에 생활의 지혜, 불편사항 신고 등 다양한 정보를 곁들였고 업소마다 주인의 사진을 함께 싣는 ‘실명제’를 채택해 신뢰도를 높였다.
재래시장 끼리의 경쟁도 치열한 만큼 속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아 주저하는 상인들이 많았지만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뜻을 모았다.
홈페이지 제작은 원미구가 맡았다. 공공근로를 활용한 덕분에 실제 들어간 비용은 500만원 정도.
일반업체에 맡길 경우 한 달 평균 4만∼5만원인 점포별 부담도 2000원 정도밖에 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 제작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전국의 유명 재래시장을 모두 벤치마킹하느라 기획에서 제작까지 무려 14개월이 걸렸다.
현재 자체 홈페이지가 있는 재래시장은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 울산 중부시장, 부산진시장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시장들.
원미구 지역경제과 정광일씨는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낸 만큼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알짜정보 마당”이라고 자랑한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