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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출생 출가 수행 老비구니의 행장기 '회색고무신'

입력 | 2002-02-22 17:40:00


조계종 2대 종정을 지낸 청담 스님의 친딸이자 불교 비구니 강원의 산 역사로 평가받는 묘엄(71) 스님의 행장기다. 묘엄 스님 조카인 김용환 교수(부산대철학과)가 일주일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모인 스님과의 대담을 꼬박 녹취해 문장으로 옮긴 것을 작가 윤청광씨가 소설형식으로 다듬었다. 미화시킬 것도, 과장할 것도 없이 그냥 스님이 전해주는 소박한 대화와 일상의 에피소드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책은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비구니의 삶, 출가의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갈등, 수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인간적인 고뇌가 드라마틱하게 담겨있다.

묘엄 스님의 부친 청담스님은 일제시대와 6·25전쟁등 현대사를 거치며 움츠러 든 불교를 바로 세우며 일생을 불교 정화에 애썼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를 이어야한다’는 부모의 간청과 꽃다운 나이에 생과부 신세가 되야 하는 아내를 뒤로 하고 출가를 했으나 노모의 원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 그리하여 하룻밤 파계로 얻은 핏줄이 바로 묘연스님이다. 그 딸은 14살 되던 해 정신대를 피하기 위해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아버지 청담 스님을 찾아가지만 아버지의 친구였던 성철스님을 먼저 만나게 된다. 성철스님은 친구의 딸에게 불교 역사 교양등을 손수 가르쳐주고 ‘묘엄’이라는 법명도 준다.

묘엄은 이듬해 스스로 삭발 출가한다. 경봉 운허스님등 당대 내로라하는 큰스님들의 가르침을 받은 묘엄스님은 국내 최초의 비구니 강사가 되어 동학사 운문사 등지에서 비구니 강원을 이끌었으며 지금은 봉녕사 승가대학 학장으로 한국 비구니 강원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노 비구니 스님의 행장기를 통해 한국불교사 전개의 주요한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