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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외교정책,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비판

입력 | 2002-02-17 18:50:00


《‘악의 축’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외교노선이 미국의 양대 권위지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새롭게 설정하고 있는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들 사이에 논리적인 모순이 없는지 묻고 미국은 한국 정부에 이를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뉴욕타임스 "우방 비판 귀 기울여야"▼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7일 9·11테러 참사 이후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빠르게 재부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임스는 ‘악의 축 발언에 불쾌해진 동맹국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의부시(OldBush)’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9개월 동안 교토 기후변화협약 탈퇴, 미사일방어(MD) 계획 추진 등을 통한 독단적인 외교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9·11테러 참사를 계기로 테러 척결을 위해 ‘동맹’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책으로 선회했다. 그는 동맹국 정상들을 잇달아 백악관으로 불러 테러전 승리를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최근엔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취임 초기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서 전격 탈퇴한 것은 일방주의 회귀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사들에 대해 ‘전쟁포로’ 지위 부여를 거부하면서 가속화된 그의 일방주의 외교는 지난달 북한 이라크 이란 등 3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더 놀라운 것은 부시 대통령과 측근들이 우방국들의 비판을 전혀 우려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취임 초기 부시 행정부는 일방주의 노선을 펼치면서도 동맹국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막후 외교에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최근 부시 대통령은 “심약한 유럽과 아랍 지도자들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테러범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국가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결여돼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온건파로 분류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조차도 유럽 지도자들의 비판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 부시 대통령은 자신을 악마로 만들고 있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답할 때가 됐다.

그것은 간섭받지 않고 행동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직접적으로 옹호할 것인가, 아니면 동맹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자신의 목표가 좌절되더라도 동맹국들과 함께 나아갈 것인가이다. 과연 어느 쪽이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인가.

정리〓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워싱턴포스트 "대북 정책 명확히 해라"▼

워싱턴포스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에 앞서 16일 ‘아시아에 대한 메시지’라는 제하의 사설을 싣고 부시 대통령에게 한반도 정책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대 중국, 대 일본 외교정책도 분명히 밝혀야 하지만 대 한반도 정책이야말로 가장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지난달 28일 연두교서 발표 이후 부시 행정부는 서로 충돌하는 정책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사설 요지.

연두교서 발표 이후 부시 외교정책팀은 북한 정권을 악으로 새롭게 규정한 것과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현재의 정책 사이에 논리적 연관성을 찾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 정권에 대해 진실을 명확히 밝히는 정책을 채택하면서도 대화의 가능성은 남겨둘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럴 수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구 소련에 대해 그런 양다리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신중한 균형이라기보다는 충돌하는 성향들의 불행한 결혼으로 보인다. 몇몇 고위관리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싫어해 클린턴 행정부가 94년 북한과 체결한 제네바협약을 파기하길 원한다. 반면 다른 관리들은 클린턴 행정부의 적극 외교를 이어받을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양측 모두 임기 말년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공개적인 불화를 원치 않는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다른 성향의 노선들을 조화하기보다는 위 세 가지 입장을 나란히 설명하는 데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무조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오직 북한군의 감축과 같은 특정한 현안에 한해서만 협상하겠다는 것인가. 북한 정권의 경제개방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미사일 수출의 억제에만 관심이 있는 것인가. 또 제네바협약을 준수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해 명확히 답변하는 것이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 남북한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답변일지라도.

일본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이 경제회생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믿는 조치들을 일본 정부가 이행하도록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진실을 얘기했다면 중국에 대해서도 종교탄압과 지식인 구금 등 인권문제를 명확히 거론해야 한다.

정리〓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