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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학교 졸업식… 고교배정 오류 성토 봇물

입력 | 2002-02-15 18:10:00


수도권 고교평준화지역의 상당수 중학교에서 15일 졸업식이 열렸지만 졸업식장에는 웃음과 활기 대신 이번 고교 재배정 파문과 관련돼 교육당국을 비난하고 의혹 등을 제기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오전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중학교의 5층 강당 졸업식장. 교장과 육성회장 등의 축사와 표창장 수여식 등이 있었지만 모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 학교는 인문계 고교를 지원한 3학년 460명 중 34%인 158명이 8일 1차 배정에서 의왕과 과천, 군포, 안양 만안구 등 다른 지역에 배정됐다. 이들 중 당초 의왕지역에 배정된 39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현재 직통 버스도 없다며 불만을 터뜨린 뒤 재배정 결과에 기대를 표시했다.

학부모 김선호씨(45)는 “딸아이가 1시간이 걸리는 의왕의 한 고교에 배정됐는데 16일 재배정 때 다른 지역으로 배정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검정고시 준비를 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한 학부모는 “학교 배정 같은 기초적인 일도 제대로 못하는 교육 당국을 어떻게 믿겠느냐”며 “차라리 서울 등 대도시로 이사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학교 운영협의회 회장 주홍득씨(48)는 “1차 배정 때 동안구의 10개 중학교에서 선발고사(200점 만점) 성적이 197점 이상인 우수 학생들이 학교별로 2명씩, 모두 20명이 의왕지역 특정고교에 배정됐다”며 “이번 고교 배정 파문은 단순한 컴퓨터 오류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고양과 성남, 수원 등 이번 재배정 파문에 휩싸인 다른 지역의 중학교 졸업식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고양시 화수중학교 3학년 김모양(16)은 이날 “졸업식은 했지만 아직 내가 가야 할 학교조차 모르니 즐거울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학교도 졸업식 내내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재배정 방식과 결과, 향후 파장 등에 대해 걱정했다.

학부모 정모씨(45·여)는 “재배정 결과 불만이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달래줄 생각이냐”며 경기도교육청을 비난했다.

한편 이날 23개 중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린 부천지역은 자녀가 덕산고에 배정된 학부모 50여명이 졸업식이 끝난 뒤 부천시청으로 몰려가 시청 앞 광장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은 “짓지도 않은 학교에 얘들을 보낼 수 없다”며 “기존 학교에 나눠 배정하라”고 촉구했다.

안양〓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부천〓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