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보고한 ‘학벌문화 타파 추진대책’을 놓고 30여분간 국무위원들 간에 격론이 오갔다.
한 부총리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거의 모든 장관이 집중공격을 가했고 한 부총리는 고군분투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부총리의 보고는 △서열화된 대학구조 △한줄 세우기식 대입경쟁 △공교육부실 등을 바로잡기 위해 채용서류에서 학력란을 없애는 등 학벌타파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
그는 지난해 상장회사 임원 가운데 46.8%가 S대 등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라는 사실 외에도 역대 정부 각료들의 명문대 출신비율(5공화국 52%, 6공화국 56%, 김영삼 정부 68%, 현 정부 45%)까지 들어가며 학벌문화의 폐해를 설명했다.
이에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특수기술과 전문인력 양성 못지 않게 우수대학과 우수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반박했고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도 외국의 사례를 들며 “교육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어 상당수 장관이 “학벌문화 타파가 자칫 대학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지 않겠느냐”며 “국민에게 잘못 전달되면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총리가 “그동안 ‘일류대학병(病)’이 공교육 붕괴의 원인이 됐고 연간 수조원의 사교육비를 없애기 위해서도 정책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까지 “이런 중요한 과제를 관계장관회의 협의도 거치지 않고 불쑥 보고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묻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정부 정책이 충분한 협의와 토론, 의견수렴을 거쳐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돼야 한다”며 “교육인적자원 관계장관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론을 내린 뒤 국민에게 알려라”고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