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퇴직과 임금 체불에 앙심을 품고 자신들이 근무하던 회사의 시스템을 해킹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27일 이모씨(31)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프로그래머인 이씨는 정보기술(IT) 업체인 N닷컴㈜에 근무하면서 해킹 프로그램을 미리 만들어 놓은 뒤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퇴직하게 되자 원격으로 이를 실행시켜 이 회사가 운영중인 183개 초등학교의 홈페이지 파일을 삭제한 혐의다. 또 같은 회사 프로그래머 박모씨(26)도 재직 중 회사 서버의 파일을 수정하고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미리 설치해 놓은 뒤 한 달치 급여를 받지 못하고 퇴직하자 원격으로 이를 가동시켜 회사 홈페이지의 내용을 변조하거나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P사에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최모씨(24)는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7000여개의 파일을 퇴직 후 해킹을 통해 유출시켰으며 의류 수출회사인 D사에서 퇴직한 이모씨(25)는 중소기업진흥공단 홈페이지 서버에 침입해 D사의 회사 소개, 대표자 인사말 등을 삭제한 혐의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권성언(權成彦) 수사팀장은 “IT업계 불황으로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퇴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재직 중 사용했던 ID와 패스워드를 이용해 정보를 유출시키거나 삭제하는 등의 기업정보 침해 행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또 “기업에서 내부 시스템 관리자가 퇴직할 경우 관리자 권한의 패스워드를 바꾸는 것이 정보 보안의 기초인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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