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이길….’ 이버츠가 그동안 입어온 유니폼만 4번째.
국내 프로농구 유일의 백인 용병 에릭 이버츠(27·코리아텐더)는 그날 일을 떠올리면 또다시 가슴이 뛴다. 1주일 전 이버츠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멀리 미국에서 건너온 아내 미셸과 인천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아내의 휴가가 끝나면서 모처럼 맞은 달콤한 시간을 접게 된 그는 숙소에 돌아와 충격적인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 경기가 있어 곧바로 가방을 싼 뒤 씁쓸하게 숙소를 떠났다. 완전히 떼어버린 것 같았던 ‘비운의 꼬리표’가 다시 강렬하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버츠는 새로운 둥지가 된 코리아텐더와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이버츠는 프로 원년인 97시즌 코리아텐더의 전신인 나산에서 득점 2위에 올랐고 99∼2000시즌에는 역시 같은 팀인 골드뱅크에 1순위로 뽑혀 득점왕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거듭되는 불운을 곱씹어야 했다. 구단의 담합으로 한국행 진출이 무산되기도 했으며 교통사고와 재계약 실패 등에 시달린 것.
한국에서 뛰는 것 자체가 즐겁다는 이버츠는 고향 필라델피아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면서도 줄기차게 한국 무대를 두드렸고 지난해 LG에서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며 재계약에도 성공, 코리안 드림을 이루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국 또다시 정들었던 팀에서 방출되는 설움을 맛봤다.
그러나 이버츠는 새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선 13일 원주 삼보전에서 이적 후유증도 잊은 채 32점, 17리바운드로 펄펄 날며 5연패에 빠졌던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적 후 2승 1패.
19일 현재 이버츠는 평균 25.75점(3위) 11.25리바운드(11위) 3점슛 성공 2.05개(공동5위) 야투성공률 56.7%(6위) 등 고른 활약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코리아텐더의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서운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프로는 어느 팀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옛 동료들과 다시 만나 즐겁고 팀 분위기도 좋다.” 은퇴 후 한국에서 모은 돈으로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이버츠는 부평초 인생 속에서 남다른 삶의 방식이라도 터득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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