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한축구협회 결의문 발표로 도마 위에 오른 2002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 공동위원장 체제는 지난해 10월 출범 때부터 이미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조직위 실국장들은 평소 “시급한 현안도 반드시 양 위원장 모두의 결재가 나야 집행이 되는 만큼 업무 처리 속도가 떨어지고 그나마 양 위원장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엔 대책이 없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축구협회가 결의문을 통해 월드컵 경기운영을 담당할 개최도시 운영본부 책임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대표적인 사례. 협회 관계자가 파견된 조직위 경기국은 올 초 매끄러운 경기운영을 위해 일찌감치 축구인으로 책임자를 선정해 각 경기장 개장 기념 경기때 현장 경험을 쌓게 하자고 제안했으나 두 위원장의 생각이 같지 않아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
그동안 의전 문제를 둘러싼 양 위원장 간의 신경전은 열거할 수도 없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국제축구연맹(FIFA),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JAWOC) 등 해외 파트너들과의 관계 설정. 위원장이 둘이다 보니 책임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대표성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내부적으로 양 위원장 간에 업무를 분담시키는 방안을 내놓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공이 둘’인 상태에서 월드컵을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없다는 것. 일부 조직위 관계자도 정부의 내부안이 ‘땜질 처방’은 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날 축구협회의 성명서 발표직후 이연택 위원장은 일부 실국장들과 회의를 갖고 “공동위원장은 조직위 총회에서 선임된 것으로 이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공은 정부에서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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