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류식품 "머나먼 日식탁"…김치는 기무치에 밀려

입력 | 2001-12-12 18:59:00

도쿄의 한 대형유통업체 매장에 진열된 한국산 김.


일본에서 한국음식 돌풍으로 한국이 수지맞았다? 일본 내 사정을 잘 모르는 천만의 말씀. 일본에서 김치 김 등 한국 전통식품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한국업체에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한국 김에 대한 수입규제와 일본업체의 김치 생산 급증 등으로 모처럼 찾아온 ‘한국식품 특수’ 덕을 볼 수 없게 된 것.

▽조미김 주문쇄도에 발만 동동〓일본김은 두껍고 뻣뻣한 반면 한국김은 부드럽고 파삭파삭한 것이 특징. 2, 3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김은 구멍이 숭숭 뚫려 불량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한국붐이 불면서 일본김보다 훨씬 맛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민영TV가 참기름을 발라 구운 한국 돌김이 일본김보다 영양성분이 뛰어나다는 프로그램을 방송하자 전국 슈퍼나 편의점에서 한국김이 일시에 동이 나기도 했다.그동안 한국김 포장재에 일본어 표기를 고집하던 대형 유통업체들이 오히려 한글 표기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있을 정도.

그러나 김은 일본 정부가 어민 보호를 위해 수입쿼터를 묶어둔 수입규제 품목. 일본의 올해 회계연도(올해 4월∼내년 3월) 기준 한국김 수입쿼터는 1억5000만장으로 일본 김시장(1억장·2500억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이미 한국 김 수입량이 거의 소진돼 한국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신상근 동원F&B 도쿄사무소장은 “일본 대형슈퍼체인 이토요카도의 동원 양반김 매출이 일본 김의 두배로 늘어나고 있지만 수입쿼터에 막혀 더 이상 공급하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산 김치, 일본산 ‘기무치’에 밀려〓일본 김치시장 규모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했으나 ‘종주국’인 한국의 김치는 일본 국내에서 생산하는 김치에 밀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산 김치의 일본내 판매량은 99년 2만3816t으로 정점에 이른 뒤 지난해 2만2261t으로 감소했으며 올해도 부진이 예상된다. 그대신 일본업체가 값이 싼 중국산 배추와 고춧가루를 수입해 직접 만드는 일본식 ‘기무치’는 매년 30∼40%씩 늘고 있다.

한국 업체간 덤핑경쟁으로 한국 김치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 김치업체들은 대부분 중소업체로 자사 브랜드가 아닌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수출해 가격주도권을 갖지 못한 상황이다.대형브랜드로는 두산식품 ‘종가집 김치’이외에 최근 진로저팬이 ‘진로가든 김치’를 내놓고 김치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급성장하는 일본시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yes202@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