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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보 기자의 반집&한집]이세돌의 '깜박수'

입력 | 2001-11-19 10:24:00


이창호 9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를 꼽으라면 단연 목진석(20) 6단과 이세돌(18) 3단을 들 수 있다. 주위의 시각도 그렇고 스스로도 그렇게 자부한다. 그리고 두 기사는 드러내지는 않지만 은근히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두 기사는 참 여러모로 다르다. 외모부터 성격, 바둑두는 자세 등등.

제12기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 2국이 열린 13일 서울 한국기원 특별대국실. 대국실에 들어가보니 대조적인 자세를 한 목 6단과 이 3단이 수읽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목 6단이 단정한 머리에 허리를 곧게 펴고 45도 각도로 바둑판을 응시하고 있는데 비해 이 3단은 언제 이발을 했는지 귀밑머리가 덥수룩하고 넓은 의자에 팔을 기대고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기자가 들어가자 이 3단은 힐끗 쳐다보고 아는체 한 반면 목 6단은 신경 안쓴다는 듯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목 6단은 지난해 이 3단이 32연승 등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한 이후 이 3단을 상대로 제대로 판맛을 보지 못했다. 특히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 등 주요 대국에서 번번히 발목을 잡혔다. 이번 도전자 결정전은 설욕전인 셈. 일단 1국은 이겼지만 이번에 끝내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있는 듯 했다.

반면 이 3단은 평소처럼 심각할 것이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이었다. 시간도 목 6단보단 1시간 정도 덜 쓰고 있었다.

승부는 이 3단 특유의 ‘깜빡수’로 쉽게 갈렸다. 백을 든 이 3단은 우하변에서 두점 빵때림을 준 대신 우상변 흑을 공격해 이득을 얻어낼 시점. 백 1의 날일자는 당연해 보이는 수지만 수순 착오였다. 먼저 백 3에 응수를 물어봐야 했다. 흑이 ‘가’로 따낼 때 백 1로 달리는 것이 좋은 수순. 그러나 실전은 백 1로 먼저 달리는 바람에 흑 2, 백 3 때 흑 4로 붙이는 수가 생겨 덤 정도 손해를 봤다.

이 3단은 국후 “흑 ‘나’로 미는 수만 생각하고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30여분간의 복기가 끝난 뒤 이 3단은 예의 ‘뭔 일 있었냐’는 표정으로 목 6단에게 “오늘은 내가 스무스하게 졌네. (도전기에) 올라가서 잘 둬”하고 인사를 건넸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