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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펴낸 장승욱씨

입력 | 2001-11-09 18:42:00


“농부가 도사리(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줍는 심정으로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하나 하나 주워 담았습니다.”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하늘연못)의 저자 장승욱씨(41)가 담아놓은 2784개의 토박이 말을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대목만 인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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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가늘게 내리는 게 안개비,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게 는개, 는개보다는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는 게 이슬비, 이슬비보다 굵게 내리는 비가 가랑비, 이밖에 실같이 내리는 실비, 가루처럼 뿌옇게 내리는 가루비, 보슬비와 부슬비도 가는비의 한가지다. 사전에 가는비는 나와 있는데 굵은 비는 없다. 대신 노드리듯 오는 날비,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작달비, 빗방울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발비, 물을 퍼붓듯 세차게 내리는 억수. 이것들은 장대비 줄비 된비 무더기비 따위와 함께 모두 큰비를 나타내는 이름들이다. 좍좍 내리다가 잠깐 그치는 비는 웃비….’

그가 토박이 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군대에서 복학(연세대 국어국문학과)한 85년부터. 원래 시인 지망생이었던 그는 보다 아름다운 시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뒤적이다가 토박이 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88년 일간신문 교열부 기자로 입사했다가 90년 방송사 다큐멘터리 PD로 옮긴 뒤 98년 회사를 나올 때까지 짬짬이 우리 말 찾기에 힘썼다. 그 결과 97년 ‘한겨레 말모이’라는 사전을 내게 됐다. 그가 토박이말과 관련해서 낸 책이 이번까지 어느덧 4권째다.

국내에 나온 수십개의 국어사전, 분류사전 등은 모두 몇차례씩 독파했고 그의 다른 책 제목처럼 ‘국어 사전을 베고’ 잠든 적이 부지기수다. 이밖에 ‘임꺽정’ ‘객주’ 같은 소설책과 전통예술관련 전문서적도 토박이 말을 채집하는 곳.

“어릴 적부터 나이 마흔이 되면 제 일을 찾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IMF도 터지고 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보면 볼수록 예쁜 우리말. 그 말이 사라졌고 지금도 계속 사라지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아프다.

“조선시대까지 쓰던 민중언어가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무더기로 우리 생활 속에서 사라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한자어를 대신할 수 있는 우리 말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 작업만으로 생활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KBS 1TV ‘대화 21세기’(일요일 오전 7시)라는 프로그램을 격주로 제작하는 프리랜서 PD도 하고 있다.

“뭐, 제가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고…. 다만 혼자 알기엔 너무 아까운 말들이 많고 그 말들이 조금이나마 일상 생활에서 쓰였으면 하는 바람뿐 입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