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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경찰 정보보고 유출 파문]“野서 주문제작” “터무니없는 모략”

입력 | 2001-10-21 18:53:00


한나라당 유성근(兪成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19일)에서 폭로한 ‘이용호 게이트 몸통 의혹 정학모(鄭學模)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의 경찰 정보보고 유출 파문이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이 21일 보고서 유출 경위를 발표함으로써 보고서의 진위를 둘러싼 공방은 가라앉았지만, 민주당은 ‘한나라당 주문에 따라 만들어진 보고서’라며 대야 공세의 수위를 오히려 높였고 한나라당은 ‘터무니없는 모략’이라고 반발했다.

▼관련기사▼

- ‘의원 면책특권 제한’ 공방
- 경찰 정보보고 논란

▼20일 기사▼

- "李게이트 핵심은 김홍일 권노갑 정학모씨"

▽민주당 공세〓20일까지는 ‘가짜 보고서’ 의혹을 제기했으나 21일 경찰 발표를 계기로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제주도 여행 동향보고 문건의 작성과 유출 과정에 대한 야당의 개입 의혹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이 ‘주문생산된 보고서’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

우선 김 의원이 제주도를 다녀간 무렵인 8월 2, 4, 6일경에 만들어진 제주경찰서의 정보보고는 여행과 관련한 단순한 동향보고였는데, 한 달도 훨씬 지난 9월29일 ‘정치색이 짙은’ 정보보고가 다시 만들어진 데 의심이 간다는 것.

또 9월25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처음으로 정학모씨를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이라고 지목한 뒤 보고서가 만들어졌고, 제목에도 경찰이 쓰는 통상적 표현이 아닌 ‘이용호 게이트 몸통 의혹’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점 등을 볼 때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게 틀림없다는 것이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우리는 유성근 의원이 국회에서 문건이라고 흔들 때부터 정치공작 냄새를 맡았으며 결과는 ‘역시나’ 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국가공무원에게 접근해 문건을 빼내고, 이를 정치공세에 이용한 ‘정치공작 정당’으로, 이 같은 한나라당의 행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국가의 기강을 문란시킨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문제의 제주경찰서 정보과 임모 경사(56)에게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경찰 내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일선 형사가 상부의 지시도 없이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를 그대로 인용한 문서를 재작성해 유출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감사장 거론과 문건 재작성, 유출, 그리고 국회에서의 선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한나라당이 개입하지 않고는 일선 형사 혼자서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없는 공작적 흐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의 핵심인사가 이 같은 정치공작이 재·보궐선거용임을 이미 실토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반박]“제보확인 요청하자 경찰측이 건네줘”▼

유성근 의원이 공개한 문서가 조작된 것이라는 민주당측 주장에 대해 문건의 입수 경위를 공개하면서 “민주당측 주장이야말로 날조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우리 당 제주도지부에서 평소 지부 사무실을 드나들던 제주경찰서 정보과 임모 경사에게 ‘민주당 김홍일 의원과 여운환(呂運桓) 씨가 8월 초 제주도에서 만났다는 제보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하자 임 경사가 ‘김 의원의 비행기 탑승 동행자 명단에 여씨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참고로 이 문서를 건네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문서가 유 의원에게 전달돼 공개되면서 오히려 김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여씨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또 동향 보고서가 9월29일자로 작성된 것을 근거로 해 제주도지부 김모 부장의 요청으로 임 경사가 이를 사후에 작성해줬다는 ‘주문생산’ 주장에 대해선 “9월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모 기업체 스포츠단 정학모 사장이 거론되자 정씨가 김 의원과 함께 제주도에 온 사실을 알고 있는 경찰이 정 사장에 초점을 맞춰 새로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한편 당 법률지원단장인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제주도에 김홍일 의원이 왔다 갔다는 게 무슨 공무상 비밀이냐”며 “경찰이 21일까지 정보보고 문서를 작성한 임 경사와 우리 당 제주도지부 김 부장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두 사람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제주경찰청 해명]“8월초 첩보 바탕 9월에 보고서 작성”▼

제주지방경찰청은 자체 감찰 결과 제주경찰서 정보과 임 경사가 G&G 이용호(李容湖) 회장의 금융비리 및 배후 의혹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던 지난달 29일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 경사는 8월 초순 첩보 수준으로 입수한 민주당 김홍일 의원의 제주방문을 기억해내고 이 같은 정보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 당시 임 경사는 이용호 회장의 배후 인물로 민주당 내 실세 K의원과 J씨 등의 영문이니셜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이들의 관계와 동향을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김 의원과 정학모씨가 동행한 제주방문을 보고서로 작성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또 임 경사가 5년 전쯤 정보수집 업무과정에서 알게 된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조직부장 김모씨(36)의 요청을 받고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보고서를 9일 팩스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찰조사에서 임 경사는 “김 의원의 제주방문 동향을 간곡하게 부탁해 무심결에 정보보고했던 내용을 그대로 보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관계자는 “정보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공문서를 유출시키는 경찰관이 있겠느냐”며 “자발적으로 공문서를 보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