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격 채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對)테러 전쟁은 일단 공습으로 시작됐지만 앞으로는 미국 영국 호주 등의 다국적 특수부대가 주축을 이룰 전망이다. 독일 뉴질랜드 인도군 특수부대도 가세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다국적 특수부대의 주력인 미국 육군 델타포스, 영국 SAS(Special Air Service)는 공습 개시에 이어 이번 테러의 배후 오사마 빈 라덴의 은거지로 꼽힌 수도 카불과 탈레반 근거지 칸다하르의 안가(安家), 잘라라바드 인근 산악지대의 지하 동굴 등을 곧 타격할 것으로 전해졌다.
△왜 특수부대 중심인가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근호(1일자)는 미군이 이번 대(對)테러전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 특수부대 중심 전략을 짰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공습이 시작됐지만 계속 공습할만한 목표물이 많지 않다. 곳곳에 흩어진 50여개 안팎의 테러범 훈련 캠프들은 9월11일 테러 발생을 전후해 텅 비어버렸다. 탈레반은 일부 레이더 기지와 카불의 방송국, 공항 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군사 통신 정보 기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미군은 이슬람권의 반발을 우려해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군 지휘부는 빈 라덴과 알 카이다 조직를 집중적으로 분쇄하는 비정규전을 동시에 벌이는 구상해왔으며, 이같은 표적 지향적인 작전 에는 공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춘 특수부대가 적합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특수부대들이 어떤 활동 벌이나
미군은 육군 대(對)테러 비밀부대인 델타포스 외에도 베트남전에서 맹활약한 육군 그린베레, 그레나다 파나마 소말리아 등지에서 활약한 제75 레인저 연대, 해군 특수부대 실(SEALs) 등을 아프가니스탄에 침투시켰다. USA투데이 등은 이들 미군 특수부대원의 규모가 모두 4만6000명선(미군 전체 병력 약 110만명)이라고 전했으나 이번에 투입된 병력에 대해서는 즉각 전해지지 않았다.
미군 특수부대 선발대는 지난달 14일 특별기편으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라왈핀디 공항에 도착했던 수십명의 요원들과 며칠후 파키스탄 페샤와르 인근의 쿠에타, 바데베르 등의 기지에 도착했던 요원들, 9월말 우즈베키스탄을 통해 북부동맹군의 장악 지역으로 침투해 들어간 요원들로 알려졌다.
이들 초기 투입 병력들은 북부동맹군 및 파키스탄 특수부대 등과 함께 탈레반군 등의 진지 정탐과 주변 지형 파악 등을 해왔으며 개전(開戰) 2∼3일 전에는 일부 철수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8일 개전 직전에는 미군 공수특전사령부(AFSOC) 산하 제720 특수전술단(STG)의 공중통제팀(CCT)이 일부 미리 투입돼 벌목, 암석 제거 등을 통해 헬기 예정착륙지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 작전이 본격 개시됨에 따라 미군 특수부대 본진들이 파키스탄내 페샤와르, 퀘타 공군기지에서 80인승 CH-53F 슈퍼스탤리언 헬기, MH-60 헬기 등에 나눠 타고 아프가니스탄 곳곳에 침투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투 지역에 도착하면 알 카이다 조직원들의 은신지로 지목된 터널 등지를 벙커파괴탄 등으로 폭파시키며, 동굴 전용탄을 사용해 테러범들이 투항하게 하는 압박작전을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군 SAS 부대원들은 SAS 내의 최정예 RWW 부대원들의 인도를 받으며 주로 UH-60 블랙호크 헬기 등으로 침투할 전망이다. RWW 부대원들은 최근 5년 동안 파키스탄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파키스탄내 해발 5400m 산악지대에서 특수훈련을 해왔으며 9월11일 테러 직후 영국 해외정보국(MI6) 및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침투해 빈 라덴의 행방을 쫓아왔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군사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군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군 제5특전단 소속 이동훈련단(MTT)과 영국군 SAS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아온 파키스탄 특수임무단(SSG)이 이번 지상침투작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호주 일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호주 특수부대원 최소 28명이 이번 지상작전에 참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스니아와 코소보 전쟁 당시 투입됐던 독일군 특수부대 KSK 소속 300여명이 탈레반에 억류된 4명의 독일인 구출 등을 위해 투입 대기 중이며, 뉴질랜드 특수부대 SAS와 인도군 특수부대도 마찬가지다.
미군은 걸프전 당시에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특수부대와 연합작전을 실시했다.
△특수부대 중심 작전의 전망
미국은 알 카이다 조직 분쇄 외에도 이 조직의 중요 자금원인 아프가니스탄 내 마약 제조시설 등을 타격하는데 특수부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군 지휘부는 알 카이다 조직 분쇄를 위한 신속한 국지전에는 특수부대가 적합하지만, 탈레반군이 대규모로 압박해올 경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대급 이상 탈레반군과의 지상 전투와 보급로 차단 작전 등에는 파키스탄의 페샤와르 등지에 파견된 미군 제82 공수사단, 제101 공수타격사단 등이 대규모로 투입될 전망이다.
한편 미 국방부는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000명 이상의 정예 특수요원들로 구성된 여단급 대(對)테러 해병 특수부대 창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