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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내맘을 몰라줘요"

입력 | 2001-09-27 18:37:00


30대 중반의 주부 김모씨. 얼마 전에야 남들 다 갖고 있는 운전면허증을 어렵게 손에 넣었다. 운전연수도 알뜰히 받고 마침내 혼자서 운전을 하게 됐을 때 감격은 컸다. 겨우 이틀뿐이었지만. 이틀만에, 순간적인 실수로 가로수를 들이받은 것이다. 얼마나 당황했던지, 울면서 남편한테 전화부터 걸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남편이 “그래서 어쩌란 거야?” 하고 나왔던 것이다. 가로수를 들이받았을 때도 그보다 당혹스럽진 않았다. 순간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남편한테 전화하면, 뭐 약간의 잔소리는 듣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놀랐느냐” 정도의 위로는 받을 줄 알았다. 그리고 당연히 허겁지겁 달려와 사고처리도 말끔하게 해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남편의 태도는 모르는 사람보다 더하지 않은가.

울면서 사고처리를 혼자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녀는 결심했다. 그처럼 인정머리 없고 차가운 인간하고는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노라고. 퇴근해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온 남편에게도 그 점을 분명히 해 두었다. 남편이 뭐라고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물론 듣지 않았다. 그리고 보름이 다 지나가도록 냉전중인데, 아무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남편의 얘기는 달랐다. 물론 그는 아내한테서 사고를 냈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고 무척이나 놀랐다. 하지만 인명사고도 아니고, 차가 조금 부서졌을 뿐이란 얘기에 냉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부러 더 아내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운전하다 보면, 앞으로 별별 일 다 격을 텐데, 이번에 자기가 수습해주면, 계속 아내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게 뻔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아내가 자기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는 커녕 오히려 화만 내고 있다고 했다.

여자와 남자는 왜 이토록 다를까? 이 해묵고 지겨운(?) 질문 앞에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원래 그렇게 서로 다르게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서로 그 차이를 잘 극복하느냐에 결혼생활의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이 커플의 경우, 남편이 아내를 가르치려 들기보다 먼저 위로해 줄 수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 또한 남편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 이유를 끝까지 듣고 이해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그러기엔 한쪽은 성급하고 한쪽은 인내심이 부족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금 덜 성급하고 인내심을 가질 것, 그것이 결혼생활의 한 축을 잘 이뤄가는 비결인 셈이다.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www. mind-open. 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