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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꺼벙이-도깨비감투 돌아왔네"…70년대 명랑만화 재출간

입력 | 2001-08-19 19:12:00


1970년대 중반의 풍경 하나. 국민학생(현 초등학생) 3, 4명이 월초만 되면 부리나케 문방구로 달려간다. 그들은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넣어둔 용돈을 꺼내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중앙’ 등 어린이 교양잡지를 산다. 그리고 득달같이 한 집에 몰려간다. 그들의 관심은 본지가 아니라 만화가 들어있는 별책 부록. 만화를 다 읽고 난 그들의 표정엔 포만감과 아쉬움이 어린다. ‘다음달까지 또 어떻게 기다리지.’

지금 30대 중후반의 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음직한 일이다. 그 시대 그들을 그토록 기쁘게 했던 것은 명랑만화.

머리에 커다란 땜통 자국이 있는 장난꾸러기 ‘꺼벙이’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보며 키득대고 감투만 쓰면 투명인간이 되는 ‘도깨비감투’를 보며 “나도 이런 감투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하기도 했을 것이다. 무작정 세계여행에 나선 ‘두심이’, 순수 토종 로봇만화인 ‘철인 캉타우’ 등 옛 기억이 새롭다.

이들 만화를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됐다.

‘꺼벙이’ ‘도깨비 감투’ ‘철인 캉타우’ ‘5학년 5반 삼총사’ ‘두심이 표류기’ 등 당시 명랑만화의 대표작들이 최근 재출간됐다.

이 작품의 작가들인 길창덕(71) 신문수(62) 이정문(60) 박수동(60)씨 등은 15일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했다. 출판사의 주선으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에서 독자 사인회를 가진 것. 45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사인회는 몰려드는 인파로 30분 가량 더 연장됐다.

지팡이를 짚고 참석한 길씨는 “30대 부모들이 아이들을 앞세워 사인 받는 것을 보고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책을 출간한 ‘바다그림판’의 김인호 사장은 “명랑만화는 개그만화와는 달리 초등학생의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과 상상력을 그려낸 작품”이라며 “명랑만화의 복권을 시도하는 것은 초등학생을 위한 만화를 되살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명랑만화와는 궤를 달리하지만 당시 명랑만화 만큼이나 인기있었던 주먹대장을 철저히 분석한 이론서도 출간됐다. 주먹대장은 75년부터 83년까지 어깨동무에 연재된 무협 활극. 만화평론가 황의웅씨가 ‘주먹대장은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낸 이 책은 원작자 김원빈씨 인터뷰와 각종 자료와 사진, 만화 줄거리 등 주먹대장의 모든 것을 담았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