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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문건파문, 미묘한때 '불쑥'…정쟁 일삼다 '흐지부지'

입력 | 2001-08-10 18:37:00


‘문건 정치’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출처와 작성자가 불분명한 문건들이 정치권에 다량 유포되면서, 가뜩이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의 정쟁을 부채질하고 국민의 정치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 정권 출범 이후 특히 ‘문건파동’ 횟수가 부쩍 늘었다. 정국의 고비마다 불쑥 등장하는 문건으로 인한 정치권의 파동은 대체로 ‘폭로→여야 공방→고소 고발’의 수순으로 발전했다 정국 상황 변화와 함께 슬그머니 소멸하곤 했다.

그 중 상당수 문건들은 출처나 작성자가 끝내 드러나지 않아, 문건 내용의 진위 규명은 ‘영구미제’ 상태로 남아있다.

현 정권 들어 최대의 문건파동은 99년 ‘언론대책문건’파동으로 2개월 이상 정치권을 들끓게 했다. 폭로자인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문건 작성자로 민주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을 지목했지만, 결국 당시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 기자가 작성자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당시 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이 사건은 아직도 검찰에 계류 중이다.

올해 2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보도한 여권의 ‘언론장악문건’ 역시 출처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4월 월간 ‘말’지가 보도한 구 여권의 ‘15대 대선(97년) 언론대책 문건’도 작성자 확인에는 실패했다.

▼현 정권 출범후 발생한 정치권 주요 문건파문 사례▼

시점

문건내용

공개경위

작성자

2001.8

여권, 김정일 답방 후 통일헌법 개헌 의도

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는 민주당 박양수 의원이라고 주장

2001.8

한나라당 대선전략문건-여권후보 분석 및 대응논리 제시

한겨레신문

한나라당 기획위원회

2001.7

새 정부 언론정책 추진 계획

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는 ‘대통령직인수위’라고 주장

2001.4

97년 15대 대선 언론대책

월간 말

*말지는 구여권 인사 라고 주장

2001.2

여권의 언론사 장악 계획

시사저널

*시사저널은 여권 주요인사라고 주장

2000.12

선거법위반 기소의원 재판 전망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검찰이라고 주장

2000.12

한나라당의 적대언론인 비리수집, 권력기관 중립화 의도

내일신문

한나라당 기조위원회

1999.11

국정원 재선거 문건-서울 송파갑, 계양·강화갑 재선거 지역 현황

언론문건파문 과정에 공개

국정원 내 인사

1999.10

‘언론대책문건’-동아 조선 중앙 등 유력지의 반여(反與)연대 저지

한나라당 정형근의원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

조선일보가 9일 공개한 ‘향후 정치일정’이라는 문건으로 인한 파동도 이전 문건파동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박양수(朴洋洙) 의원이 작성자라고 주장하지만, 박 의원은 ‘터무니없는 음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이와는 달리 문건의 출처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작성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선에서 파동이 마무리되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면 문제가 된 문건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인사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도 해당 정당에서는 “지도부에 보고된 바 없다”거나 “한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고 일축하고 있고, 그것이 정당의 당론으로 수용됐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시민입법국장은 “출처와 작성자가 불분명한 문건들이 양산되는 현상이나,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싸우는 여야의 모습은 구시대적 정치문화의 소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입수한 문건의 정치적 경중을 언론이 파악할 수 있으면서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도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