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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다]컴퓨터칩 팔에 이식 케빈 워릭교수

입력 | 2001-08-08 19:00:00


자신의 몸을 과학연구를 위해 내놓은 로봇 과학자. 영국 레딩대학의 케빈 워릭교수(사진)는 1998년 자신의 팔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일주일 동안 자동으로 전원 스위치를 켜고 자신의 위치 신호를 컴퓨터에 전송하는 실험을 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영국 문화원에서 만났다.

우선 왜 동물 실험을 먼저 하지 않았는지 물어보자 “영국에서는 동물보호운동이 강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이 오히려 더 힘들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사람의 감정은 동물실험을 통해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접 칩을 이식했다”는 것.

그렇다면 칩을 통해 감정까지 전달한다는 뜻일까. 워릭교수는 “오는 11월 자체 전원과 전파 송수신 기능을 갖춘 칩을 또다시 이식할 계획인데 이번에는 칩을 직접 신경에 연결한다”고 밝혔다. 이 칩을 아내의 팔에도 이식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상대방이 느끼는 감촉과 더불어 감정까지 알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워릭교수는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만약 높은 곳에 가면 공포감을 느끼는 신경신호가 칩을 통해 아내에게도 전달되는 것이다.

평소 워릭교수는 머지 않아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가 출현해 자칫하면 인간을 지배하는 데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98년의 실험도 칩이 이식된 사람의 행동 하나 하나가 기계의 감시 아래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감행했다.

그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인간도 기계를 능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 옛날 침팬지와 인간이 갈라진 것처럼 이제는 자연 그대로의 인간과 반은 인간, 반은 기계인 ‘사이보그’(cyborg)로 진화하는 단계라는 것.

어쩌면 그는 과학연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엽기 과학자’(mad scientist)가 아닐까. 실제로 그는 “그런 말을 가끔 듣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인류를 업그레이드(upgrade)하는 연구’를 하는데 그런 것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