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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칼럼]이승엽

입력 | 2001-06-29 14:06:00


지난 6월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대 한화전에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은 8회말 한화의 김정수로부터 우측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뽑아내 역대 6번째로 개인 통산 200호 홈런을 달성했다. 지난 95년에 데뷔한 이승엽은 7시즌 816경기만에 200홈런을 달성하며, 이만수가 보유하고 있던 최단 경기 200홈런 종전 기록(936경기)을 무려 120경기나 단축시켰다. 또한 장종훈의 최연소 200홈런 기록(28세 4개월) 역시 3년 6개월을 앞당기며 '500홈런'도 꿈이 아님을 보여줬다.

사실 이승엽의 가공할만한 홈런 페이스는 새삼스럽지 않다. 불과 24살의 나이에 벌써 2개의 홈런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 경신 여부는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과 함께 '국민타자'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전체 일정의 절반 가량이 치러진 2001 시즌에도 그는 홈런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승엽은 그의 홈런 개수가 말하는 만큼 위대한 타자일까.

잠깐 1987 시즌의 홈런왕을 떠올려 보자. 이승엽의 팀 선배이기도 한 김성래는 홈런 22개를 기록하며 1987 홈런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12년 후 이승엽은 홈런왕이 되기 위해 원정 경기에서만 2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고, 또 32개의 홈런이 더 필요했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홈런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987년의 평균적인 타자들은 홈런 1개를 위해 65타수가 필요했지만, 1999년의 타자들은 고작 28타수에 한 번 꼴로 홈런 세레모니를 연출했다. 방어율 역시 마찬가지이다. 1987년의 리그 평균 방어율은 3.55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약간 높은 1999 박석진의 방어율 3.58은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1987시즌은 팀 당 108경기의 일정으로 치러졌다.

다시 말해 이승엽은 선배 슬러거들에 비해 '유리한' 환경 - 타고투저, 늘어난 경기수 등 - 에서 뛰고 있으며 때문에 이승엽의 진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의 영향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모든 타자의 타수 당 홈런(HR/AB) 비율을 해당 시즌의 리그 평균 홈런/타수(HR/AB) 비율로 나누고 이를 1999 시즌의 리그 평균 홈런/타수(HR/AB) 비율로 환산했다. 마지막으로는 경기수 차이를 조정했으며, 구장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다. 다음은 위의 방법으로 구한 최다 홈런 시즌 Top 20이다.

순위

선수

홈런

연도

순위

선수

홈런

연도

1

김성한

68

1988

11

김봉연

57

1986

2

이만수

67

1983

12

김봉연

57

1982

3

김성래

62

1987

13

장종훈

55

1990

4

김성래

62

1993

14

김용철

55

1984

5

김성한

61

1989

15

김봉연

55

1983

6

장종훈

60

1991

16

박재홍

54

1996

7

이만수

60

1984

17

이승엽

54

1999

8

장채근

59

1988

18

이승엽

53

1998

9

우즈

59

1998

19

이만수

51

1990

10

장종훈

59

1992

20

양준혁

51

1993

유감스럽게도 1999 이승엽의 54홈런이 갖는 의미는 생각만큼 대단하지는 않다. 설령 이와 같이 리그 평균으로 수정하는 방법이 타자들의 전반적인 기량 향상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승엽이 선배 슬러거들에 비해 리그를 압도하는 홈런 파워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덧붙여, 앞서 지적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위의 결과가 갖는 의미는 충분하다. 이유는 실제 최다 홈런 시즌 Top 20을 나타낸 아래 표에서 '연도'란를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순위

선수

홈런

연도

순위

선수

홈런

연도

1

이승엽

54

1999

11

이승엽

36

2000

2

로마이어

45

1999

12

호세

36

1999

3

우즈

42

1998

13

장종훈

35

1991

4

장종훈

41

1992

14

마해영

35

1999

5

박경완

40

2000

15

우즈

34

1999

6

샌더스

40

1999

16

홍현우

34

1999

7

스미스

40

1999

17

이승엽

32

1997

8

우즈

39

2000

18

송지만

32

2000

9

이승엽

38

1998

19

양준혁

32

1999

10

퀸란

37

2000

20

박재홍

32

2000

다음은 1982-2000까지 통산 최다 홈런 Top 20이며 마찬가지로 1999 시즌을 기준으로 환산했으며 방법은 동일하다.

순위

선수

홈런

순위

선수

홈런

1

이만수

559

11

김상호

250

2

장종훈

505

12

김용철

243

3

김성한

462

13

이승엽

235

4

한대화

341

14

김동수

233

5

김기태

340

15

김형석

230

6

양준혁

304

16

김경기

228

7

김성래

301

17

김동기

223

8

이순철

293

18

이광은

223

9

김봉연

277

19

이종두

223

10

홍현우

262

20

유승안

219

▼결론

1. 이승엽은 역시 훌륭한 타자이지만 이만수, 장종훈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 역대 최고 타자, 어쩌면 역대 최고 선수 이만수.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