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채권 금융회사들의 모임인 채권단협의회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작업의 전권을 주기로 했다. 이 채권단협의회에서 부실기업으로 지정하면 3개월 안에 퇴출 여부가 판가름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또 주채권은행이 일단 부실징후 기업으로 정하면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다른 국내 금융기관들은 3개월동안 빚 독촉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된다.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 여야 3당은 14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안' 을 발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부실징후 지정과 함께 채권단협의회를 주도하게 된다. 이 협의회 결정 사안을 어기는 금융기관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협의회 결정을 못 따르겠다는 금융회사는 일부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빚을 갚으라고 요청할 수 있다.
채권단은 부실징후기업에 주주의 감자(減資)나 경영권 포기각서,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 등을 받아야 한다. 이 법은 올 하반기부터 5년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기업구조조정, 법적 장치로 지원〓그동안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협약 등을 통한 자율 구조조정은 채권단 내부의 이견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새 법안은 구조조정 과정을 법적으로 강제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채권단구성 때부터 이해(利害)가 엇갈려 삐걱거렸다. 새 법은 모든 금융기관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까지도 따라야 한다.
반대 채권자는 협의회나 해당기업에 빚 상환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일부를 탕감해야 하므로 손해를 보게 된다.
주 채권은행은 부실징후기업을 은행관리로 할지, 채권단 공동관리로 할지 결정한다.
▽협약 어기는 금융회사는 손해배상 책임〓협의회에서 정해진 사안을 어길 경우 해당회사에 대해 위약금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정했다. 채권금융회사가 심하게 이견을 보이면 5명의 민간전문가로 짜여진 조정위원회가 발동돼 조정기능을 갖는다. 채권단이 살아남지 못할 기업으로 판정 나면 바로 파산절차를 밟게 되므로 채권단이 미적거리는 바람에 부실이 더 커지는 폐해가 없어진다는 것.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 적용될 듯〓이 법이 통과되면 일사불란하게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일부 채권금융회사가 ‘무임승차’하는 사례가 줄며 부실기업의 대주주와 노조도 책임을 나눠 맡게 된다. 금융계에서는 일부 현대그룹 계열회사들이 이 법을 적용 받아 구조조정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양호(邊陽浩)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채권단협의회가 만들어져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빠른 시간 안에 판정하므로 구조조정이 늦어져 전체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비교▼
구분
현행(기업구조조정협약등)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대상
은행 보험 투신 종금 등 협약가입 금융기관(130개)
전 금융기관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기업구조조정방법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만 규정
은행관리,공동관리,법정관리,화의 중에서 주채권은행이 결정
채권단협의회구성
채권금융기관이 가입여부 선택
채권금융기관 참여 의무화
반대 채권자
협의회 탈퇴 또는 의결사항 불이행 가능
채권매수요구권 행사가능
불이행시 제재
위약금 부과 가능
법률상 손해배상 책임규정
채권금융기관간 이견조정
장치 없음
조정위원회가 조정기능 수행
구조조정대상 기업의 신규자금 지원
우선 변제권 없음
다른 금융기관채권에 대해 우선변제권 부여
기업 사후관리
각 금융기관이 자체규정으로 관리
경영상황 분기별 점검
경영악화시 조치
규정없음
법정관리 또는 파산 등을 즉시 추진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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