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사상 초유의 항공대란을 초래했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13일 오후 9시반경 전격 철회돼 노동계의 ‘하투(夏鬪)’는 일상적인 노사분규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타결 과정〓이날 대한항공 심이택 대표이사와 양한웅 노조 교섭대표(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가 합의문에 서명하기까지 어려운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 막판 쟁점은 노조간부 사법처리 문제였다.
당초 노조가 요구했던 임금인상 부분은 “억대 안팎의 연봉을 받는 노동자가 무슨 파업이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파업 첫날인 12일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다른 쟁점이었던 운항규정심의위원회 문제도 노동부 김원배(金元培) 기획조정실장이 조율사로 나선 가운데 이날 새벽 노사 동수로 구성하자는 데까지 의견 접근을 이뤘다. 단 가부 동수일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긴 했으나 결국 최종 결정권을 사장이 갖기로 해 노조측은 ‘절반의 성공’만 거둔 셈.
외국인 조종사를 2007년까지 현재보다 25∼30% 줄이기로 한 것 등도 운항규정심의위원회 구성 문제와 함께 일찌감치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 사측은 “회사의 고소 고발건은 취하할 수 있지만 사법처리 문제는 사법 당국의 문제”라고 밝혔고 노조측은 “사법처리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합의문에 서명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부도 이 대목에선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의 매듭을 풀기 위해 사법처리에 융통성을 발휘할 경우 ‘불법파업 엄단’이라고 했던 정부가 이번에도 스스로 말을 뒤집는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했기 때문.
그러나 막판에 “회사가 진정서를 제출해 사법처리를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묘수’를 찾았다. 정부 대한항공 노조 등 3자 모두가 차선의 명분을 찾은 셈이다. 사측도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손실액 증가를 우려, 더이상 타결을 늦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투’에 미칠 영향〓연대파업의 ‘선봉장’이었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 철회로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파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 노조가 ‘외롭게’ 파업을 계속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 보건의료노조 산하 40여개 병원 및 중소 규모 제조업체가 파업 중이거나 파업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날 7개 병원이 파업 하루 만에 협상이 타결돼 파업을 철회했다. 이 때문에 장기 파업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효성 울산공장이나 전남 여천NCC 등 연대파업과 무관한 장기 분규사업장의 문제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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