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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美대화 '햇볕' 보려면

입력 | 2001-06-07 18:51:00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6일 북-미(北-美)대화 재개를 선언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북-미 제네바합의 이행을 개선하는 문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및 재래식 군사력문제 등을 북한과 포괄적인 접근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이날 성명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대화에 긍정적으로 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대북(對北) 제재를 완화하고 기타 정치적인 조치도 취할 의향임을 밝혔다. 비록 조건을 달긴 했으나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이처럼 ‘어떻게 해주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은 눈길을 끈다.

그러나 북-미대화의 ‘앞길’은 결코 낙관만 할 일이 아니다. 철저한 검증과 상호주의 없이는 대화의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미국측의 확고한 원칙은 부시 대통령의 이날 성명에도 분명히 함축되어 있다. 부시 행정부가 빌 클린턴 전 행정부의 대북(對北)협상 결과나 방식을 그대로 따라만 가지는 않겠다는 방침도 여전하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문제를 주요 협상 대상으로 내건 것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미국측이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들고나올 경우 북한측은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들고나올 것이 틀림없고, 그렇게 되면 북-미대화는 또 다른 난관을 만나게 된다.

우리 정부의 생각도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문제는 북-미대화에, 북한의 재래식 무기 문제는 남북한의 군축협상에 넣어 논의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휴전선 부근에 배치된 북한의 군사력이 대량살상무기 못지않게 위협적이라는 판단이지만 이 문제가 남북한과 미국 3자 사이에 원만히 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가 잘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대화 당사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미국은 남북한 관계의 현실을 좀더 깊이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아무리 우리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해도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등 세계 전략 차원의 이익만 조급히 앞세운다면 북-미 관계는 물론 한미(韓美)관계도 순탄치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북-미대화에 관한 한 ‘공’은 북한측에 넘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불신을 씻기 위해서도 우선 부시 행정부가 주장하는 철저한 검증과 상호주의 원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남북대화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안팎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