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예지학원 화재 스케치]쇠창살 매달려 “살려달라”

입력 | 2001-05-17 02:26:00


대입 재수생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광주시 송정동 대입전문 예지학원 화재 참사는 창문에 설치된 쇠창살로 인해 학원생들이 쉽게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10시45분경 학원 앞을 지나다 화재를 목격한 보안업체 CAPS 직원 김진영씨(24)는 “불이 대번에 크게 일어나더니 한 남학생이 쇠창살이 달린 학원 창문을 열고 나왔다”며 “그 학생은 난간에 매달린 채 ‘살려달라’고 외치다 5분뒤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여학생 2명이 창문을 밀고 ‘살려달라’고 외치다 4층 계단 통로와 옥탑 사이로 불이 번지면서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할 당시 피해 학생들은 가건물 안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도피통로를 찾지 못한 채 유독가스 등을 들이마시고 쓰러졌다.

○…화재가 난 20여평 넓이의 4층 강의실에는 영문독해 책과 필기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화재가 나기 직전까지 공부에 몰두했던 학원생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 여학생의 노트에는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낸다. 반복되고 지쳐가는 하루들… 한 없이 지겹고 힘들다. 하지만 날마다 새롭다고 생각한다면 삶은 달라질 것이다. 머잖아 좋은 날이 찾아와 아름답고 푸른 평원을 달려볼 것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관계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화재가 난 예지학원 인근에는 등용문학원, 한솔학원 등 기숙사식 학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주민들은 이 일대가 “한적한 곳에서 공부하려는 서울 재수생들이 모여드는 기숙 학원촌”이라고 말했다. 예지학원생은 모두 97명으로 대부분 재수생이었다. 학원 주위에는 참사 소식을 듣고 서울 등지에서 달려온 학부모들의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했다.

bibulus@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