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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대학생 아르바이트-"숨어있는 부업을 찾아라"

입력 | 2001-05-15 19:17:00


◇톡톡튀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뭐가 있나

“자착하지.휘이이∼.”13일오후과천경마장출주대기마사(馬舍).한바탕트랙을질주하고 난말들이가쁜숨을몰아쉬며들어온다.이곳에서일하는홍주성씨(호서대경제학과2학년)의임무는 약물검사에쓸입상마들의소변을받아내는일과경마장시료(試料)채취. 네명이하루50마리정도의말과씨름을한다.‘사랑은종이학을타고훨훨∼.’고원경씨(여·동국대컴퓨터멀티미디어학과4학년)는정성이듬뿍담긴선물로연인을감동시키고싶은사람들에게종이학종이별학알 사탕초콜릿종이장미등을접어주는게일이다.타고난손재주가밑천인‘애정표현 대행업’이다.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예전같으면 초중고생을 가르치는 과외교습, 학교 및 기업체 사무보조, 서빙 등 서비스업이 거의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직업의 다양화 추세에 발맞춰 다양한 일거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학 포털사이트 ‘젝시캠퍼스(www.xy.co.kr)’의 도움으로 이색 아르바이트의 세계를 알아본다.

경마장 시료채취는 휘파람 잘 부는 남학생의 몫. 아기가 소변볼 때 엄마들이 ‘쉬이∼’하듯 ‘휘이익∼ 휘이익∼’ 휘파람 소리를 들려주며 말의 소변을 받는다. 예민한 말들은 20분이 지나도 ‘쉬’를 안한다. 그럴 때면 말의 목에 큰 주사기를 꼽고 피를 빼야 한다.

9개월 경력의 베테랑인 홍씨는 “혈액을 채취하면 말도 아프고 사람도 힘들고…. 휘파람을 불자마자 소변을 보는 말들이 제일 예쁘다”고 말했다.

토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7시간 일하고 점심식사와 교통비를 합쳐 일당 4만원 정도를 받는다. 한국마사회 인사팀(02-509-1415∼6)으로 연락하면 시료채취 외에도 마권발매 질서유지 안내 등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고원경씨는 인터넷에 홈페이지(http://my.dreamwiz.com/csc79)를 만들어 주문을 받는다. 작년 9월 만든 홈페이지가 지금은 꽤 알려져 ‘대목’에는 밤을 꼬박 새워야 할 정도.

종이학은 한 마리에 60∼80원, 장미꽃으로 장식한 사탕이나 초콜릿이 1만5000∼3만6000원. 평소에는 20만∼30만원, 밸런타인데이가 낀 2월에는 300만원을 웃돌 정도로 수입은 들쭉날쭉. 얄팍한 상혼(商魂)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14일마다 기념일이 있는 2∼5월이 좋다(3월 화이트데이, 4월 블랙데이, 5월 로즈데이).

고씨는 “그래도 3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전해줄 선물이 가장 신경쓰인다”고 수줍게 말했다.

장명도씨(고려대 전산학과 4)는 가입자 960만명의 ‘세이클럽(www.sayclub.com)’ 채팅방에서 익명성에 편승해 분위기를 흐리는 악질 네티즌을 잡아내는 ‘사이버 판사’.

죄질을 따져 아이디 사용정지(1시간, 3일, 7일, 30일) 또는 해지 등의 판결을 내리고, 제재조치를 당한 불량사용자 아이디를 인터넷상에 공개한다.

하루 2시간정도 일하고 월 15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방제에 ‘섹스’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니 ‘S’만 사용해 어떤 뜻인지 짐작케하는 등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는 게 사이버판사의 고충. 수시로 사이트에 접속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이밖에 농구 배구 등 실내 운동경기장에서 작전타임 시간에 긴 대걸레로 플로어를 기세좋게 문지르는 ‘마핑(mopping) 보이’, ‘먹으면서 용돈 버는’ 제과회사 시식요원, TV에 출연하면서 살도 빼는 재즈 힙합댄스 아르바이트도 이색 인기 일거리로 꼽힌다.

news91@donga.com

◇돈+경력+α … '귀족부업' 통역

영어-일어 4시간에 8만원

돈도 벌고, 경력도 쌓고, 취업에도 도움이 되는 통역 아르바이트는 전통적으로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귀족 부업’.

해당 외국어와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하지만, 간단한 안내를 맡는 경우 등에는 원어민 수준까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교내 통역협회 등에 가입하면 안정적으로 일감을 받을 수 있어 좋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협회는 번역 작문 한국어논술 면접 등 시험을 치른 뒤 회원을 받아들인다. 대부분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지만 간혹 순수 국내파도 눈에 띈다.

영어 일어 등은 4시간에 8만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지만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등 특수어의 경우 4시간에 12만원으로 ‘몸값’이 뛴다.

이 협회 정지설씨(21·영어과 3)는 “수행이나 행사안내 등 전문가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거리는 전문 통역사보다 적은 돈을 주고도 쓸 수 있는 대학생을 선호하는 업체들이 꽤 있다”고 말한다.

대학 게시판이나 학과장실에 들어오는 의뢰를 찾아 업체에 직접 연락해도 된다. 이 경우 의뢰인 측에서 간단한 영어면접과 토익성적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 해당 지역에 얼마나 오래 살아봤느냐가 채용의 관건이 되기도 한다. 토익은 900점대 이상을 받아야 유리하지만 필기성적보다는 영어 구술능력을 중시한다.

한 번 능력을 인정받으면 일거리가 줄줄이 생기는 수도 많다. 대학생 김애리씨(24)는 “친구 소개로 일한 곳에서 꾸준히 연락이 온다”고 귀띔했다.

통역과 ‘이웃사촌’ 격인 번역도 좋은 부업거리. 내용과 분량에 따라 사례비가 달라지지만 영어번역은 A4용지 한 장에 1만5000∼1만7000원 수준이다.

박진영씨(21·한국외대 포르투갈어과 3)는 “통역이나 번역은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인 데다 경력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 통역 아르바이트

외국어 종류

수 입

통역

(4시간 기준)

번역(A4용지 한 장 기준)

영어 일어

8만원

1만7000원

불어 독일어

12만원

2만원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등 특수어

12만∼16만원

2만원 이상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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