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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재벌정책 공방]野 "기업규제 대폭 풀어라"

입력 | 2001-05-14 18:46:00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규제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한 14일 여야는 재벌 정책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이날 ‘기업활동 규제정책에 대한 제언’이라는 자료를 내고 현정부의 기업 정책은 사실상 재벌 해체론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거듭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재벌 편들기’로 규정하고 “IMF 경제 위기의 교훈을 벌써 잊었느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단회의의 검토를 거친 이 자료를 통해 △출자총액한도의 상향 조정 △부채비율 규제의 탄력 운용 및 단계적 폐지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지주회사 설립 요건 완화 등 4개항을 제안했다.

임태희(任太熙)제2정조위원장은 “이같은 제안은 재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며 “아직은 기업의 투명성 확보와 지배구조개선이 미흡한 과도기적인 상황이므로 각종 규제적 성격의 제도를 당장 폐지하기보다는 현실에 맞춰 정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정책에 대한 여야 정치권과 재계 견해 비교

쟁 점

재계 요구

한나라당

민주당

출자총액 제한

폐지 또는 대폭 완화

원칙적으로 폐지, 지배구조 개선 정도 미흡한 경우 한도 상향조정

폐지 논의할 때 아니다. 기본틀은 지켜야 한다

부채비율 200%

업종별 특성 감안해 신축 운영

단계적으로 금융기관에 일임

과잉·중복투자 및 차입경영 차단 위해 폐지 불가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

5대로 축소하거나 규제대상을 일정규모 자산 이상으로 조정

대상범위 축소, 자산규모 외에 매출액 차입금 규모 감안해 새로운 선정기준 마련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 막기 위해 상당기간 지속 필요

지주회사 설립요건

대폭 완화

요건 완화해 정상적인 지주회사 설립 유도

재벌로 경제력이 집중될 우려 있으므로 완화 불가

예컨대 출자총액한도 제한은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의 투명성이 미흡한 상황인 만큼 출자총액한도를 상향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도 재벌 옹호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자산 규모만으로 30위 안에 들면 무조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으나 자산 총액이 69조원인 삼성그룹과 2조원대인 25∼30위 그룹이 똑같은 규제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임위원장은 또 “출자총액규제와 부채비율규제 등을 폐지하는 전제조건으로 △분식회계 방지 △결합재무제표 공개 △감사제도 개선 △집단소송제 도입 등이 이뤄져 시장의 견제 감시기능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위원장은 이를 두고 “한 쪽에서는 채찍을 가하고 다른 쪽으로는 합리적인 선에서 규제를 풀어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이명식(李明植)부대변인은 “재벌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필요성과 문어발식 경영의 폐해는 IMF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소중한 교훈”이라며 “이제 와서 재벌 옹호론을 다시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정책위 관계자도 “출자총액과 부채비율 제한을 없앨 경우 재벌의 과잉 중복 투자와 차입경영이 심화돼 경쟁력 없는 기업으로 인해 경쟁력 있는 기업까지 위기를 맞는 악순환이 재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한나라당 주장대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100%에서 200%로 완화하고 사업 다각화를 허용하게 되면 또다시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