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환경부의 발표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은 별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서울대 김상종 교수는 이같은 주장을 해왔다. 그렇지만 전문가와 전문가간, 그리고 관계 당국간에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러스 검출을 과감히 인정한 환경부의 조치는 신선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바이러스 논쟁을 둘러싼 소모전을 마감하고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환경부의 발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쪽은 지방자치단체들이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민의 건강과 민생에 직결되는 수돗물이나 쓰레기 문제 등 환경문제에는 소홀히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단체도 수돗물 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바이러스 논쟁이 오랫 동안 질질 끌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 논쟁이 마치 수돗물 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다른 많은 문제들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번에도 바이러스의 검출 여부에만 온통 초점이 맞추어져 인체 위해성에 대한 의학적 검증이 제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배출가스나 농약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환경계에 얼마든지 존재하지만 실제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농도와 유해성의 정도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객관적인 결과를 내놓았으면 한다.
환경부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우리나라 수돗물 관리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이유는 상수원수의 오염, 정수처리시 소독 미비, 정수장 운영의 비효율성, 수도관의 노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정수장의 철저한 소독 만으로도 바이러스 오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니 정수처리를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다음으로는 노후관을 빨리 교체해야 한다. 정수처리를 잘하더라도 관에서 불순물이 들어가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가정의 물탱크 관리도 위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어야 바이러스를 포함한 수돗물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수도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자치단체의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바이러스 문제만 해도 검출과 처리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돗물은 국민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의 공급은 정부의 정책에서 최우선적으로 배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정부나 자치단체는 도로 건설이나 간척사업, 각종 축제성 행사 등 눈에 보이는 사업이나 선심성 사업에는 예산을 펑펑 쓰면서 환경개선이나 보전에는 인색한 경향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편의시설의 확충보다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국민 모두의 건강과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정전(서울대 환경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