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이버 베스트 리포트]독일의 선수선발 체계와 유망주들

입력 | 2001-05-06 17:14:00


독일은 각 스포츠 클럽에서 많은 꿈나무들을 기른다. 독일의 엘리트 체육도 출발은 똑같다. 그러한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굴된 선수들이 국가 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다. 독일 스포츠의 뿌리는 오직 전적으로 사회보장에 근거한 지역단위의 스포츠 클럽이다. 스포츠 클럽은 자원 봉사자와 지역 스폰서들의 힘으로 움직인다. 자원봉사 교육자들은 라이센스가 있는 일정 자격을 갖춘 자들이다. 그들은 각 클럽에서 종사하며 소질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 낸다. 다른 나라에 비해 독일에서는, 사회보장의 혜택인 스포츠 클럽이 스포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근간이다.

각 지방 자치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클럽 아래에서, 축구도 그 일부로 존재한다. 사회보장제 아래의 사회체육 클럽들은 각자의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을 기르고, 전문 축구클럽들로 올려 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프랑스의 클레르퐁텐 국립기술학교 같은 중앙 관리식 체계는 아니다. 그렇다고 옛 동독에서 보이던 축구전문 교육기관 같은 모습은 더욱 아니다. 정형화되고 규율적인 체계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독일의 선수 관리는 각 축구클럽의 재량과 당사자의 자율에 전적으로 맡겨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다른 유럽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독일의 선수 선발 체계를 엿볼 수 있다. 축구와 경기력은 둘째 문제이다. 사회보장의 일환이자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기제로서의 시각이 가장 중시되는 것이다.

스포츠 클럽에 등록한 어린이들 가운데 축구에 소질을 보여 자원 봉사자들의 눈에 띄는 경우엔,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자기 고장의 클럽에서 뛸 수 있다. 그러면서 여기서부터 조금씩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물론 어린 나이에 그 고된 생활을 버텨내기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독일 어린이들은 이쯤에서 축구를 취미로 간직한다. 반면에 이 과정을 감수하는 어린이들은 축구를 직업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발탁된 선수들은 주로 자기 고장의 클럽에 소속된 유겐트팀에서 뛰며, 일부는 큰 클럽의 유겐트팀으로 옮기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프로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 언급할 유망주들 모두 이런 남다를 것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여 두각을 드러냄으로써, 17세 이하나 21세 이하 대표를 거치며 자라난 것이다.

독일 축구 클럽의 유겐트팀은 주로 기본적으로 3-5-2 포메이션 아래에서 선수들을 지도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전술이 바뀌기도 하지만 기본 골격은 비슷하다. 독일 축구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스위퍼 시스템은 이토록 뿌리깊게 독일 축구에 남아있다. 자연 스위퍼와 미드필드의 플레이메이커의 중요성은 커진다.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기준으로 선수를 기르고, 관리하며, 골라내기 때문이다. 요새 대표팀에서 자주 보이는 네덜란드 풍의 3-4-3 전술 또한 그 선수선발 과정은 3-5-2포메이션의 골격에서 나온다. 왼쪽 윙이나 오른쪽 윙이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기존의 투톱에서 쓰리톱으로 되면, 그 빈자리는 자연 수비형 미드필더들(3-5-2 전술에선 이들을 윙백이라고 부른다.)이 채워준다. 전통적으로 수비지향적인 플레이를 펴는 독일은 양 날개가 깊숙히 침투하는 모험은 별로 하지 않는다. 남는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은 게임메이커의 움직임에 따라 적절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그리고 스위퍼가 이들의 커버 플레이를 믿고 공격에 가담할 수 있게 된다. 흔히 말하는 독일 축구의 '리베로' 개념은 스위퍼의 이러한 자유로움에 근거한다. 이렇게 팀 전체가 중앙선부터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이고, 자연 스위퍼와 게임메이커 같은 특정 선수의 중요성은 커지는 것이다.

이런 체계 아래에서 발굴된 독일 유망주들을, 주로 21세 이하의 대표팀을 위주로 소개하겠다. 80년생인 다이슬러는 이미 성인대표팀의 주전이지만, '경험'을 제외한 면에서는 이들이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세대교체가 늦어졌다는 평인 독일인지라, 현 21세 이하의 유망주들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우선 1부 슈투트가르트의 주전 골키퍼를 맡고 있는 티모 힐데브란트가 있다. 잘생긴 외모로 독일의 여성 축구팬들에게 다이슬러만큼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힐데브란트는, 외모만큼 실력도 동급의 최강이다. 당장 분데스리가에서 주전으로 뛰며 실력을 쌓아가고 있으며, 이미 쾰른의 동갑내기 마르쿠스 프뢸과 함께 차기 대표팀 골키퍼로 거론된다.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과 186cm의 장신을 활용한 과감한 볼처리가 눈에 띠는 유망주이다.

스위퍼는 어쩔 수 없는 독일 축구체계의 중심이다. 소속팀 레버쿠젠은 물론 국가 대표팀에서도 수비의 핵인 노보트니가 그 예이다. 축구 전문가들과 언론은 이 스위퍼란 자리에 맞는 선수를 찾는 데에 언제나 혈안이 되어있다. 그만큼 독일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80년생임에도 1부리그 프라이부르크에서 뛰는 제바스티안 켈이 0순위로 꼽힌다. 일찌기 17세 이하 국가 대표팀을 거친 켈은, 나이답지 않은 넓은 시야와 패스길목을 찾아내는 능력을 지녀, 이미 또래의 수준을 뛰어넘은 면모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클럽에서는 윙백으로도 뛰는 전천후 수비수이다. 왼쪽 윙백으로 출전하는 크리스티안 란도 다음 시즌 1부 승격이 유력시 되는 2부 분데스리가의 장크트 파울리에서 뛰는 재원이다. 그는 또한 수비수들 가운데서도 최다골(2골)을 넣은 기록이 보이는 공격가담이 활발한 선수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80년생 스토퍼 크리스토프 메첼더 또한 타이트한 대인 방어능력과 다른 수비수들과의 협력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그의 장점은 도르트문트 같은 강팀에서도 종종 출전하여 경험을 쌓아간다는 것이라 하겠다. 지금 DFB포칼 결승에 올라가 있는 3부의 우니온 베를린 소속의 마누엘 벤틴도 그 장래성을 인정받는다. 178cm의 그리 크지 않은 키지만, 독일 수비수들의 취약점인 유연성을 갖추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우니온 베를린은 다음 시즌 유럽클럽 컵대회 진출을 확보한 상태라, 그가 어느 정도 외국 선수들을 막아내는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1세 이하 대표팀의 한네스 뢰어 감독이 수비능력을 매우 칭찬하는, 2부 분데스리가 아르메니아 빌레펠트의 아르네 프리드리히 또한 뛰어난 스토퍼 감이다. 이들 유망주들이 좀더 세밀한 면을 다듬는다면, 현재의 국가대표 스토퍼들인 크리스티안 뵈른스나 마르코 레머와 같은 대형 수비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미드필더로는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이 눈에 띈다. 파비안 에른스트가 단연 돋보이는데, 클럽에서 주전일 뿐만 아니라, 21세 이하 대표팀 경기에도 25경기 출장에 두 골을 기록한 역동적인 선수이다. 그는 잉글랜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조 콜만큼의 장래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며, 팀동료인 팀 보로프스키와 함께 브레멘의 미드필드를 이끌고 있다. 아직 필드 장악력이 떨어지지만,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다분하다는 평이다. 1부 보쿰의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제바스티안 쉰트칠로츠는 붙박이 윙으로 뛰고 있는데, 유연성에서는 다이슬러를 능가한다는 평이다. 다만 세밀한 플레이나 경험부족은 다소 다듬어야 할 면이라 하겠다.

취약한 성인대표팀의 왼쪽 윙을 떠맡을 재원으로는 여러 후보가 거론된다. 우선, 단신을 활용한 빠른 발과 개인기를 자랑하는 보루시아 묀셴글라드바흐의 베른트 코르치니츠와 보쿰의 파울 프라이어, 그리고 프라이부르크의 토비아스 빌리가 꼽히는데, 프라이어는 에른스트와 중앙 미드필더를 책임져 온 선수이다. 다만, 보쿰에서 그의 역할이 다소 미미한 것이 경험을 쌓아야 하는 나이에 조금 걸리는 점이라 하겠다.

공격수는 사실 대표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지금 독일 공격수들이 게르트 뮐러의 골 결정력을 갖추었다면 요즘같은 혹평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독일의 일반 팬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부문이다. 우선은 1860뮌헨의 공격수 다니엘 비로프카가 입에 오르내리는데, 클럽에서는 오른쪽 윙으로 뛰지만 21세 이하 대표팀에서는 8골을 기록중인 간판 골게터이다. 그동안은 클로제나 다이슬러에 비해 눈에 띠는 기량을 보여주진 못했는데, 몸싸움을 피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좀더 보완한다면 클로제와 함께 2006 독일 월드컵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명은 플레이 스타일에서 종종 바이에른 뮌헨의 메메트 숄과 비교되는 크리스티안 팀이다. 그는 루이스 피구와 데이비드 베캠을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하듯이, 오른쪽 날개나 최전방 공격수로 출장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유겐트팀에서 공을 차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1부리그 쾰른의 유망주가 되었다. 다이슬러는 순수한 윙임에 비해 팀은 공격수로도 나설 수 있는 넓은 활동반경을 자랑하기 때문에 활용범위가 매우 넓다는 장점이 있다. 헤딩력이 뛰어나며 빠르고 정교한 기술에 득점력까지 가미한 팀은, 좀더 경험을 쌓는다면 숄의 뒤를 잇는 확실한 공격수가 될 것이다.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열세에 처한 유망주 육성면에서 독일인들이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상대적으로 다른 리그에 비해 동유럽이나 북유럽, 제 3 세계의 중저가 용병들만을 상대하게 되는 분데스리가보다 이들을 적극 해외에 진출시켜 경험을 쌓게 해야한다는 그들답지 않은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다. 독일인들은 이들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축구강국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지금도 분데스리가의 거친 몸싸움을 직접 몸으로 겪으며 축구를 배워가고 있다. 어느 나라의 유망주들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 아닌가 한다. 요새 독일이 올림픽과 같은 종전엔 도외시하던 대회들에도 열심히 참가하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유망주들을 배려하는 면이라 하겠다. 사회보장에 기초한 독일의 유망주 육성과 그 산물인 영스타들을 보면서,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축구가 얼마나 창조성 있는 선수를 길러내는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끊임없이 어린 선수들을 길러내는 스포츠 클럽과 이들을 지켜보는 팬들이 있기에 독일 축구의 미래는 밝다 하겠다.

ulich2@wm.cau.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