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달 8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통일문제에 외세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관영언론을 통해 줄기차게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해왔다.
16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눈에 띄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를 군축과 연계한 대목이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미 정부 및 군사당국자들이 잇따라 북한의 군사위협을 지적하며 남북 및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물론 재래식무기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측이 북한의 군사위협을 제기하며 군축을 거론한 데 대해 ‘공화국(북한)을 완전 무장해제시켜 압살하려는 미제 침략자의 책동’이라고 반발해 왔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高有煥) 교수도 “북한의 이번 주장은 미국의 재래식무기 감축 공세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주한미군 문제가 남북 화해 및 한반도 평화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가 군축의 선결조건’이라는 주장은 2차 남북정상회담 및 국방장관회담에서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정부 구상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 문제는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도 상당한 장애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는 미국이, 재래식무기는 한국이 맡는다는 ‘역할 분담론’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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