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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영언/추억상품

입력 | 2001-04-15 18:41:00


영화 ‘친구’가 뜨고 있다. 이미 관객 200만명을 훨씬 넘어섰다. 과연 좋은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이처럼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면 무슨 이유가 있긴 있을 것이다. 그 중의 하나로 옛날에 대한 향수를 드는 사람이 많다. 영화사도 이를 주요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학창시절 네 친구의 우정과 배신을 담은 이 영화에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이 깔려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영화는 추억을 상품으로 만들어 성공한 셈이다.

▷요즘 몇 년새 우리 주변엔 이 같은 ‘추억상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나왔던 영화 ‘박하사탕’은 한 남자의 20년 인생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추억여행’ 형식으로 인기를 모았다. 최근 나온 소설로는 ‘58년 개띠’ 동창생 네 명의 지난 시절을 그린 ‘마이너리그’(은희경)나 가난한 시절 산골마을 얘기를 담은 ‘거울 속 여행’(김주영) 등을 그런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시집 ‘미카’는 이제는 퇴장해 철도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증기기관차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기차는 시집의 주제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교외 나들이를 하다 이따금 보이는 ‘기차카페’는 사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짚신마을’ ‘복조리마을’ 하는 식으로 마을 전체를 추억의 장소로 꾸며 수익을 올리는 마을도 있다. 도심의 음식점 중에는 고가구나 농촌에서 쓰던 농기구 등을 전시해 옛날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 많다. 주먹밥 등 가난했던 시절 먹었던 음식을 메뉴로 개발한 곳도 있다. 성사는 안됐지만 얼마 전 한 대학이 32년 만에 영국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를 초청하려 했던 것도 일종의 ‘추억상품’ 만들기 시도였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옛날이 좋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마치 빛 바랜 흑백사진을 꺼내들고 지나간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싶어서일까.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구조조정 정보화 등으로 세상의 속도가 한없이 빨라지면서 조금은 뒤를 돌아보고 천천히 가고 싶은 생각이 더욱 절실해지는지도 모른다. 추억이 보약(補藥)인 고단한 세상인 것만 같다.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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