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영남후보론’ 공방의 외연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영남후보’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권의 심상치 않은 영남권 공략에 대해서는 긴장하고 있다. 또한 TK(대구 경북)지역에서 불붙기 시작한 공방이 점차 PK(부산 경남)지역으로 옮겨 붙고 있다. 이는 물론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영남지역 공략 또는 수성을 위한 대선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 일각에서는 ‘영남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권 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영남후보론의 논거는 단순하다. 여권이 영남후보를 내세우면 ‘영남〓이회창(李會昌)’이라는 등식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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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 과연 뜨나〓TK 정가는 최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부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지역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대구 경북을 대표하는 차기 대권후보’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를 꼽은 사람이 단연 많았으나, 다음은 김대표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보다도 조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 ‘DJ가 김대표에게 대권 후보를 줄 리 없다’에서 ‘김대표가 대권 후보가 되는 게 아니냐’로 바뀌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표가 조금씩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그는 11일 “이번(9일 대구 방문)에 영남권 정서를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며 “16개 시 도지부 개편 대회가 끝나면 당의 기수로서 영남을 자주 돌아다니며 확실히 주도권을 잡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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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대응〓한나라당은 김대표가 여권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간부는 “김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만큼 벌써부터 알레르기식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의 강한 응전 의지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대표가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가 되든 안되든 관계없이, 영남권에서 김대표의 영향력 증대는 당장 정국 운영에 있어서 한나라당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총재는 지난달 말 이 지역 출신 모의원을 불러 김대표의 부상과 관련, “아직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긴장감을 풀지 말고 지역 의원들간에 더욱 단합해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재섭(姜在涉)부총재가 최근 김대표와 3당 정책연합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그는 김대표에 대해 “여당대표가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를 해야 영남후보로 인정해 주든가 하지”라고 꼬집었고, 그는 1일 대구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을 모아 골프를 겸한 단합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총재 진영이 그동안 “호랑이새끼가 될지 모른다”며 강부총재를 견제해오다 김대표가 TK공략에 나서자 ‘진압 카드’로 그를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PK는…▼
▽PK는 요즘〓PK 주민들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의 거취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YS가 내년 대선에서 이총재와 다른 길을 걸어갈 경우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이 6일 부산에서 DJ와 YS의 ‘신(新) 민주대연합론’을 공개 제기한 것도 이총재 고립화 전략으로 받아들이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장관 또한 민주당 대권 후보가 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노장관이 후보가 될 경우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노장관이 13대 총선과 95년 부산시장선거,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했지만 3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간 지역민심 잡기 경쟁도 치열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최근 앞다투어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당내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도 한 가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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