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의 전화 회원 10여명은 20일 정오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집회를 갖고 고등법원 재판부가 남편을 살해한 가정폭력피해자 신모씨에게 실형2년을 선고한 데 대해 부당한 판결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열린 고등법원은 신씨의 행위를 '고의적인 살인'으로 판단, 1심을 판결을 깨고 실형2년을 선고했다.
신씨는 작년 4월 별거 중 남편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폭행하자 저항하던 도중 순간적으로 남편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해 1심에서 과잉방위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신씨는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강제적 성학대·무능력을 견디다 못해 이혼소송을 내고 재판을 며칠 앞둔 상태였다.
여성의 전화는 "이번 판결은 남편이 칼보다 더한 흉기로 위협하더라도 여자는 참고 견뎌야 하고 이혼소송중이라도 남편의 성적 학대를 거부해선 안된다는 뜻"이라며 "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인권을 무시한 판결"이라며 비난했다.
이들은 또 재판부가 여성인권 뿐 아니라 아동의 인권까지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재판부는 신씨의 어린딸을 증언대에 세워 "엄마가 아빠를 칼로 찔러 죽인 건 알고 있니?"라고 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의 신문이 아이에게 엄마를 살인자로 인식시켜 가슴에 깊은 상처를 줬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12년간이나 시달려온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인권의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여성의 전화는 신씨의 사건이 정당방위 판결을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구명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한편 이들은 신씨가 불구소 기소된 작년 5월부터 “남편의 폭행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죽인 것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며 관련 집회와 토론회를 여는 등 신씨의 구명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