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 보다 사이버공간이 더 분주하고 북적거렸다.”
2001년을 맞는 시점의 새로운 풍속도, 그것은 인터넷 혁명이 생활의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1년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이버 공간의 체증’은 2001년을 상징하는 ‘기록사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연시가 되면 가장 바쁘고 혼잡했던 곳은 우체국. 그러나 젊은층이 주로 찾는 대학가 우체국에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대 우체국의 경우 카드 판매나 발송물량이 1년전의 3분의 1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화여대우체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말연시에는 오히려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며 “이는 요즘 대학생들은 인터넷카드를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교길이나 퇴근길에 예쁜 카드를 공들여 고르고 따뜻한 방바닥에 엎드려 한장 한장 정이 담긴 인사말을 써가며 밤을 새우던 모습은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컴퓨터에서 E메일 주소록 파일을 열고 온라인카드 사이트에서 적당한 디자인을 고른 뒤 몇자 적어 발송버튼을 누르면 OK. 손에 풀을 묻힐 일도, 돈이 들 일도 없다. 불과 1시간만에 100∼200여명에게 ‘인사’를 전할 수 있다. 하루만에 답장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우편함은 한달에 한번 들여다 보지만 E메일은 하루에도 서너번씩 확인하는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카드를 좋아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E메일 카드를 보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인터넷 카드서비스 업체는 체증에 시달렸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서버를 늘렸는데도 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카드를 ‘이틀’만에 배달하기도 했다.
E메일 카드 이용이 사회 각계각층, 전 연령층으로 확대된 것도 신풍속도.
올해 61세인 성하진씨는 육사 18기 동기생들 사이트에 인터넷카드 주고받기를 제안했다. 성씨가 동기들에게 보낸 인터넷카드는 50여통, 받은 것은 30여통에 이른다. 종이 연하장은 단 1통도 보내지 않았다. 성씨는 “종이 연하장을 받고 이걸 보관할지 휴지통에 버려야할지를 고민한 기억들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인터넷카드를 이용하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장상총장은 지난달 21일 3만여명의 재학생 교직원 졸업생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종이카드에 써보냈다면 서명하는 데만 한달 가까이 걸렸겠지만 불과 1시간여만에 발송이 끝났다.
인터넷 신년 운세를 보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2001년의 새변화. 라이코스코리아의 운세코너는 요즘 하루 페이지뷰가 25만을 넘고 있다. 심마니는 이용자가 급증하자 다른 서비스에 사용하던 서버를 운세 서비스용으로 돌렸다.
포털사이트의 운세코너나 전문운세 사이트들은 대부분 연말연시 이용자수가 평소의 2,3배로 늘었다. 이에 비해 대학들이 몰려있는 서울 신촌의 M철학원은 “인터넷 때문인지 요즘은 토정비결을 보러오는 대학생들이 거의 없다”며 “전반적으로 토정비결을 보러오는 손님수가 예년에 비해 70% 정도 줄었다”고 울상이다.
연말연시 사이버공간이 북적거리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온라인저널인 시넷(CNet)에 따르면 미국 퓨 인터넷(Pew Internet)과 아메리칸 라이프(American Life)가 작년 11월 23일부터 한달간 컴퓨터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32%가 인터넷카드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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