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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2000 새희망 2001]"내년 3, 4월 불황탈출 예감"

입력 | 2000-12-20 18:44:00


▼동대문 의류상인의 기대▼

“올해 초만 해도 이러다 금방 ‘재벌’되겠다 싶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상상도 못했던 돈을 만졌으니까요.”

서울 명동 밀리오레에 여성복 매장 ‘구즈’를 열고 있는 ‘신세대 상인’ 이윤철씨(28). 학생 같은 외모지만 말투와 눈매에 4년째 시장에서 키워온 강단이 배어 있다.

경희전문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97년 초 가게일에 뛰어들었다. 16년째 동대문에서 ‘구즈’여성복 매장을 해오던 아버지 가게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3월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1500만원으로 동대문 밀리오레에 ‘구즈 쎄컨’이라는 이름으로 2평 남짓한 여성복 매장을 열었다.

올해 초까지는 행운의 연속이었다. 오전 6, 7시에 퇴근해 오전 10시부터 일을 하는 강행군을 했지만 돈버는 재미에 피곤한 줄도 몰랐다. “시장상인들은 그런 호경기가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하다고 해요. 중저가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죠.”

짬낼 틈이 없어 4년 전부터 사귀어온 박찬진씨(25)와 결혼도 올 2월에 간신히 ‘해치웠다’. 신혼여행도 상가가 쉬는 날에 맞춰 1박2일 제주도에 다녀왔다. 자신감이 가속도를 얻으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올해 6월 개점한 명동 밀리오레에 ‘구즈 써드’ ‘구즈 포스’ 등 2개 점포를 잇따라 열었다. 부산 밀리오레에도 10월중 점포를 열 계획을 세웠고 직원수도 9명까지 늘렸다.

줄곧 오름세를 타던 사업이 5, 6월 코스닥 시장 침체와 함께 한순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7, 8월을 거치면서 9월부터 나아지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9월 중순 추석이 지나도 매출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겁니다.”

매출이 연초보다 50% 이상 떨어지고 적자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9월말 그는 동대문 밀리오레의 매장과 명동 밀리오레의 점포 한 개를 닫았다. “제 손으로 잘라야 했던 직원 2명과 밤새도록 소주를 마셨어요. 꼭 다시 부르겠다고 다짐했죠.”

경기는 11월 들어 더욱 악화됐다. “주변 상인들 중에 가게문을 닫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하긴 밀리오레 안에서 상위 5% 안에 든다고 하는 ‘구즈’가 이 정도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진승현사건 때 열린상호신용금고에 돈을 넣어뒀던 동료상인들의 어려움도 봤다.

이씨는 요즘의 판매부진의 원인을 철저히 심리적인 데서 찾는다. “상인들 눈에는 주머니에 돈이 든 손님이 확실히 보여요. 요즘 고객들은 돈이 없어서 안 사는 게 아닙니다. 단지 여러 번 망설일 뿐이죠.”

그가 내년 경기에 희망을 거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특별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 직감으로 볼 때 내년 3, 4월이 기대해 볼만해요. 그렇게만 되면 하반기에는 부산점과 광주점을 열 겁니다. 2001년에는 ‘구즈’를 이탈리아의 베네통처럼 저렴하면서 입은 사람이 자랑스러워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원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씨의 자신감이 단지 젊은 상인의 ‘호기’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