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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은밀한 '백색유혹'에 빠진다

입력 | 2000-12-17 18:49:00


‘백색공포’로 불리는 마약이 최근 ‘빅뱅(Big Bang)’현상을 보이고 있다.

‘마약확산의 비등점’으로 불리는 마약범죄계수가 최근 ‘20’을 넘어서면서 단속과 치료 등을 통해 투약자와 밀거래자를 통제할 수 있는 ‘마약 통제시대’에서 ‘통제불가(不可)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

이같이 질적 변화를 보이는 마약의 확산 실태와 대책 등을 긴급 점검한다.

▼확산실태▼

80년 743명에 불과하던 마약사범은 90년 4222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드디어 1만명을 넘어섰다. 19년 만에 14배로 늘어난 것.

올 들어 적발된 마약사범도 10월말 현재 8738명으로 연말까지 1만1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 실제 투약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20만명으로 국민 약 200명 중 1명 꼴.

문제는 단순히 수의 증가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구 10만명당 적발된 마약사범의 수를 나타내는 마약범죄계수가 드디어 ‘마약확산의 비등점’ 20을 넘어 23으로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이 계수가 20을 넘으면 확산에 가속도가 붙고 처벌과 치료를 통한 마약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빅뱅'의 특징▼

마약범죄계수가 ‘비등점’을 지나면 투약자 계층이나 마약의 종류, 공급조직 등 여러 측면에서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투약자 계층의 다양화. 마약상용자는 70, 80년대엔 연예인이나 유흥업 종사자가 주종을 이뤘지만 90년대 들어 회사원, 주부는 물론 의료인 등 전문직 종사자에까지 퍼졌다.

최근엔 백담사 주지스님이 대마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되는 등 종교인이 마약에 손댄 사례마저 적발됐다.

또 히로뽕과 대마초가 주종을 이루던 과거와 달리 신종 마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 2년 전 처음 선보인 중국산 펜플루라민은 올 들어 25만6752정이 적발됐고 지난해 등장한 엑스터시(MDMA)도 대학생 등 계층의 인기를 끌면서 올해 8728정이 압수됐다. 폭발적인 증가현상이다.

공급 측면의 변화도 대단하다. 그동안 마약에 손대지 않던 조직폭력배들이 속속 끼어들고 있는 것. 지난해 5월엔 대구의 대신동파 2명이 히로뽕 9㎏을 제조 판매하다 적발됐고 올해 11월말 현재 적발된 폭력조직도 10개파에 이른다.

또 다른 경향은 마약의 공급원이 국제화한 점. 중국 태국 필리핀 미얀마는 물론 멀리 유럽과 미국에서까지 마약이 밀수입된다. 올 들어 밀수사범은 159명으로 지난해보다 78%나 늘었다.

도피 등 소극적 저항에 머물던 밀매꾼들이 수사관이나 제보자를 보복, 살해하는 등 공격적인 자세로 바뀐 점도 큰 변화. 보복살해가 일상화된 미국에서처럼 마약수사관의 얼굴은 물론 인적사항조차 비밀에 부치는 상황이 이제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빅뱅 현상’이 계속될 경우 3∼5년 안에 밀거래자와 투약자가 2, 3배로 크게 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대검에 ‘마약수사부’를 신설하고 수사진을 대폭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외교통상부 보건복지부 관세청 등과 함께 ‘국가마약류대책협의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제공조를 위해 지난달 중국과 ‘핫라인’을 개설하기도 했다.

대검의 정선태(鄭善太)마약과장은 “빅뱅 현상을 초기에 잡지 못하면 ‘마약 없는 건강한 사회’는 영원히 꿈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