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취임했던 박금성(朴金成)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학력 허위기재 의혹에 대한 여론의 질타 앞에서 3일만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의 임명도 파격적이었지만 사임 또한 갑작스럽게 이뤄져 경찰조직은 당혹감과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경찰 내부반응〓알려진 대로 박 전청장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사기록에 출신고교와 대학 학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임의 본질을 ‘학력 논란’ 보다는 ‘지나친 호남편중 인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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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성 서울청장 사퇴…학력 허위기재 의혹 물의
따라서 그의 학력 허위기재 문제보다는 오히려 집권후반기를 맞아 경찰을 ‘완전 장악’ 하려던 정부의 방침에 여론이 격렬히 반발한 것이 이번 사임 파동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한 경찰 간부는 10일 “결국 순리를 거스른 인사가 결국 경찰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줬다”고 논평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도 “7일 인사발표 직후 경찰이 ‘실력 위주의 발탁과 지역 안배를 고루 갖춘 인사’라고 자찬한 보도자료를 내는 것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며 “경찰 수뇌부가 이번 인사 파동으로 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인사의 문제점〓차제에 정권의 의도에 따라 인사의 근본 뿌리가 흔들리고 실력보다는 줄대기가 더 영향을 미치는 경찰 인사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찰의 인사는 그 어느 조직보다도 정권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북 출신의 현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은 취임 때 ‘실세 청장’으로 각광받았고 전남 출신의 박전청장은 현 정부 들어 2년10개월만에 3단계를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으며, 현 정부 출범이후 경찰청 핵심부서인 정보국장에 계속 호남 출신이 기용된 것 등이 그 증거로 꼽힌다. 물론 현 정부 이전에는 영남출신들이 대부분의 요직을 독점했다.
고위직뿐만 아니다. 경찰인사는 일선 경찰서 서장급인 총경이 되는 과정부터는 시험이 아니라 심사로 결정되는 까닭에 인사철만 되면 승진 후보자들의 ‘줄대기’가 극성을 부려왔다. 실제로 이번 경찰인사 직전인 11월에는 “경찰 고위층 △△△가 정권 실세 누구와 닿아있다” “이번에는 ○○○에게 줄을 대야 승진이 가능하다”는 등의 온갖 ‘카더라 통신’이 떠돌아 다녔다.
▽연쇄 줄대기 극성〓한 경찰 고위간부는 “지난번에는 이무영청장이 당연히 청장이 되는 줄 알았으니까 오히려 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대체 누가 ‘기둥’인지 알 수가 없으니 미치겠다”고 ‘로비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무관급 이상의 고위간부는 승진과 영전을 위해 그들 나름대로 정권의 유력인사에게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간간부들은 정권의 유력자와 가까운 고위간부를 파악해 그에게 전력투구하는 이른바 ‘연쇄 줄서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능력은 무시되기 일쑤인 것은 물론이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의 ‘줄대기’ 인사관행이 경찰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며 “인사 방식을 완전히 쇄신하고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능력 본위’의 인사를 하지 않는 한 경찰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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