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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일본 사회 풍자한 코미디

입력 | 2000-11-28 16:44:00


의 배경인 '라디오 스튜디오'는 일본 직장인 사회의 집약판이다. 조직서열이 확실해 남 눈치 보는 데 이골이 난 일본 직장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영화는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보 작가의 눈을 통해 '남 눈치 보기'의 끝이 어디인지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오프닝 장면은 라디오 드라마 리허설 현장. 평범한 아줌마에서 드라마 작가로 변신한 주부 미야코(스즈키 쿄카)는 가슴 졸이며 리허설 현장을 지켜본다.

1시간 뒤면 드라마가 전국에 생방송될 예정이지만, 그 사이 이들에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성우와 프로듀서, 작가의 눈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첫 번째 눈치 싸움은 성우와 프로듀서 사이에서 벌어진다. 왕년의 스타였으나 지금은 퇴물 배우로 전락한 노리코(도다 게이코) 양이 자신의 이름을 서양식으로 바꿔달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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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게 아부해야 하는 프로듀서 우시지마(니시무라 마사히코) 씨는 쉽게 그러겠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노리코가 이름을 바꾸자 다른 배우들도 모두 서양식으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우긴다. 이름이 바뀌자 직업도, 드라마의 배경도 모두 바뀐다.

결과적으로 '소박한 가정주부의 사랑이야기'였던 이 드라마는 뉴욕에서 시카고로 다시 우주로 뻗어나가는 SF 스펙터클 액션 멜로 드라마가 되어버린다. 주인공들이 만든 라디오 드라마 은 서로 눈치 보고 아부하는 사람들 틈에서 말 그대로 '운명의 드라마'가 된 셈이다.

일본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자존심 대결과 아부 근성의 끝을 코믹하게 풀어낸 이 영화는, 제목을 통해 일본 사회의 현실을 한차례 더 희화화시킨다. 국내 개봉 제목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서양 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일본인들의 천민 근성을 대변한다. 한때 인종개량을 위해 혼혈정책까지 불사했던 일본인들은, 선진 대국이 된 후에도 '맥도날드'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에 집착했다.

'맥도날드'는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맥도날드 햄버거 포장지를 보고 생각해낸 드라마 속 자신의 이름. 일본 것은 무조건 촌스러운 것으로, 서양 것은 무조건 세련된 것으로 몰아세우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리얼하다.

미타니 코키 감독은 TV 구성작가 및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다 로 영화계에 데뷔한 인물. 이 영화로 3개의 작품상 및 2개의 감독상, 3개의 각본상을 거머쥔 그는 일본 영화계에서 천재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드라마 작가 출신의 감독이 직접 겪었을 법한 비화들을 너무 과장되게 풀어내는 바람에, 후반부에 들어서면 맥이 풀린다. 미타니 코키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관객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본 것이 아닐까.

눈치 작전으로 방송이 엉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위대한 감동 드라마가 완성되었다는 결말은 해피엔딩에 대한 강박증처럼 보여 억지스럽다. 특히 눈물을 흘리며 방송국에 찾아온 '트럭 운전사'의 모습은 '오버 미학'의 정수다.

해피엔딩을 원하는 관객들의 입맛에 충실한 이 영화는 2시간 동안 포복절도할 만큼 웃음을 선사하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 마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등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실제 성우 도다 게이코가 성우 노리코 역을 맡았으며, 의 다구치 히로마사, 의 와타나베 켄이 엔지니어와 감동 받은 트럭 운전사 역으로 각각 출연한다.

황희연 benot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