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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 성명 전문]

입력 | 2000-11-21 00:10:00


▼남북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는 민족통일에 다소나마 이바지할 목적으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 우리의 입장은 조국통일을 위하여 한 목숨 바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족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하여 왜곡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잘못 이해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탈북자들 속에서도 통일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우리는 금년 6월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탈북자동지회 소식지인 ‘민족통일’에 발표하였다. 이때에 국정원의 반대로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편집부’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그 이후에도 탈북자들 속에서 통일문제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지 못하여 많은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책임을 절감한 우리는 금년 10월에 다시 11개의 제목에 대한 질문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밝히는 글을 만들었으며 국정원측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하여 ‘탈북자동지회 대내 교양자료’의 형식으로 250부를 출판하였다. 그러나 이 문건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정감사 문제가 제기된 관계로 탈북자동지회 성원들에게 다 배포하지 못하고 배포를 중단하였다.

그러나 이 글의 요지가 일본 신문에 발표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국정원측은 11월 16일 우리를 불러놓고 ‘이 글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이 비판하였다’고 하면서 우리를 호되게 비판하였으며 우리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더욱 강화할 데 대한 방침을 선포하였다. 제한조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을 만나서는 안된다.

2.외부강연에 출연할 수 없다.

3.책을 출판할 수 없다.

4.탈북자동지회 소식지 ‘민족통일’을 내보내서는 안된다.

5.민간차원의 대북 민주화사업에도 참가하여서는 안된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11월 17일 국정원 임동원 원장에게 우리의 진정을 담아 정중하게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탄원서에서 우리는 글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탈북자동지회 성원들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 글의 대상도 아닌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평가는 부당하다는 것, 우리는 시종일관 현 정부의 정책에는 참견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입장을 고수하였다는 것, 우리에게서 민간차원의 대북사업에 참가하는 자유마저 제한하는 것은 우리 생명의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11월16일 발표한 제한조치를 취소하지 않으면 우리가 스스로 자기의 행동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밝혔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를 극진히 보호하여 준 국정원측과 의견 차이를 가져오게 된 데 대하여 유감스럽게 여기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답답한 심정을 헤아리는 국정원의 일부 간부들은 그 원인이 환경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으니 참아야 한다고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슨 환경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태가 이렇게 조성된 조건에서 우리는 문제의 글인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하여’를 공개하고 우리 국민의 공정한 심판을 받기로 결심하였다.

우리는 앞으로도 현 정부정책에 참견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투쟁에 말려들지 않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그러나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는 민주주의적 운동에는 힘자라는껏 자체의 결심으로 참가하려고 한다.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생명이다. 우리는 제기된 문제와 관련하여 언론기관들과의 상봉을 종전과 같이 사절하지 않고 진지하게 응할 것이다.

황장엽·김덕홍 2000년 1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