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문제와 관련한 정부 태도가 ‘살리기’로 선회하고 있는가?
‘법정관리 불사’를 내세우며 원칙적 처리를 강조하던 정부방침이 13일부터 약간의 변화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현대 살리기’가 가동됐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건설은 국민경제적 부담과 해외공사 등을 감안할 때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밝혔다. “자구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며 “원칙은 부도 후 법정관리”라고 강조하던 기존의 발언과 다른 것이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날 “현대건설이 제출하는 자구계획이 충분해 유동성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면 채권은행단의 결의를 통해 신규자금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이 확실하다면 감자(減資)나 출자전환 동의서도 제출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런 발언이 보도된 이후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는 등 파장이 일자 “철저한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기업이 된 뒤에는 당연히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의 원론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구계획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단계여서 성급한 언급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한 사실.
문제는 이런 정부 발언의 뉘앙스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이 살 수 있느냐 여부는 여전히 현대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측의 자금부족을 정부가 메워줄 의사가 있느냐 여부.
이와 관련해 정부나 채권단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며 어떠한 변화조짐도 없다.
정부가 토지개발공사를 통한 위탁매각 형식으로 서산농장 매각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현대가 내놓는 자구계획을 시장이 신뢰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관계자는 “정부 개입이라기보다는 교통정리로 봐달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등을 AIG에 매각하는 문제도 ‘기본 당사자는 현대’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다만 매각을 돕기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다. 현대는 6, 7, 8, 10월 등 네차례에 걸쳐 자구계획을 제출해 정부와 채권단의 ‘살리기 방침’을 이끌어냈다. 그렇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는 오직 현대만이 알고 있다.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