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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1차부도]현대 '죽느냐 사느냐' 최악 갈림길

입력 | 2000-10-31 18:59:00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 최종부도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준비하면서 더 이상 현대건설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이 그동안 현대건설 압박용으로 사용했던 워크아웃을 통한 출자전환과 법정관리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최종부도 이전에는 출자전환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최종부도가 난다면 자연스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통해 현대건설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채권단 주도로 자산매각 등 경영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대건설이 사는 길은〓정부와 채권단은 이제 현대건설 회생의 공은 완전히 현대측에 넘어갔다고 밝히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1, 2금융권에 만기연장을 요청하고 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으면서 자금회수 규모는 10월에만 1400억원에 달했기 때문.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현대건설이 채권단에 신규자금 지원 요청을 해도 은행권은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이제 만기도래하는 결제자금은 현대측이 알아서 조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구계획이 실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현대건설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지난달 18일 발표한 자구안에 담긴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회장의 사재출자와 정주영(鄭周永) 전명예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한 해외차입 등 대주주의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것.

또 외한은행 이부행장은 31일 현대가 살 수 있는 자구방안의 대안으로 서산간척지 매각처분을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정부도 같은 시간 “공시지가(3000억원 규모)로 현대 서산간척지를 매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측의 반응은 아직도 무덤덤하다. 이에 대해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실행할 수 있는 자구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내놓지 않는 것을 보면 마치 정부와 채권단을 상대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비상대책〓정부는 자구노력이 미흡할 경우엔 출자전환을 통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또 현대측이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엔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31일 “현대건설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이 현대측에 시장이 납득할 만한 자구노력을 하라고 요청 중”이라며 “자구노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엔 출자전환을 통해 현대의 경영권을 빼앗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늘이나 내일 중 채권단 협의회를 열어 현대건설의 처리방향을 확정할 것”이라며 “현대측이 자구노력과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1월3일 이전까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건설에 대한 처리방안이 확정될 것이라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채권단도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이 미흡한 현 상황이라면 최종부도가 멀지 않았다고 보고 최종부도 사태를 대비한 대책수립을 마친 상태. 외환은행 이부행장은 “현대건설의 최종 부도 즉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구성해 현대건설 경영정상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출자전환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히면서 강경입장을 천명했다.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