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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해명…담합의혹…정유사비리 국감현안 부상

입력 | 2000-10-17 19:06:00


‘거짓말, 담합의혹, 자가당착….’

석유산업 소관부처인 산업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19일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국내 석유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벌여온 행태가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의원 19명 가운데 상당수가 정유사 문제에 대한 본보 일련의 기사(6월말∼7월말)가 나간 이후 이 문제를 집중추적해 온 것.

국회 산자위 국감의 핵심현안으로 떠오른 국내 석유산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거짓말과 자가당착〓민주당 김방림(金芳林)의원은 ‘국내석유시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유사들의 ‘거짓말’을 입증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당시 김명규(金明圭)의원이 “정유사들이 2년간 수출로 손해본 14조원을 국내 소비자에 전가했다”고 폭로하자 대한석유협회가 이에 반발해 냈던 해명자료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것. 당시 석유협회는 국내 공급비용까지 합하면 수출가나 국내 공장도가나 둘 다 대동소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의원의 분석결과 석유협회는 국내 공급비용을 2∼6배 과다 계상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의원은 “최근 석유협회가 ‘지난해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해명서를 잘못 작성했다’고 자백해 왔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근진(李根鎭)의원은 “정유사들이 겉으로는 전자상거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한국석유공사가 추진중인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는 조직적으로 저지 혹은 지연시키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산자부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소비자 중심시장이 되도록 정유사 입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리와 소비자가격 담합에 대한 의혹들〓자민련 조희욱(曺喜旭)의원은 정유사들의 99년 재무제표를 통해 정유사들의 매출이익 중 수출액 비율과 생산량 중 수출량 비율을 비교한 결과, 이들의 수출가격이 자신의 주장처럼 ‘원가 이하’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가지 수치가 모두 35∼36%로 거의 비슷해 “과잉물량을 원가 이하로 수출한다”는 정유사들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는 것.

조의원은 또 “국내 공장도가와 수출가의 차액이 연간 2조원이 넘는다”며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반증자료”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배기운(裵奇雲)의원은 1월부터 8월까지 정유사들이 매달 산자부에 신고한 공장도가를 분석한 결과 등유의 경우 SK와 S―Oil, LG정유와 현대정유의 세전 공장도 가격이 1원 이하 전단위까지 4차례씩 똑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유의 경우에는 이보다 심해 현대정유와 S―Oil의 신고가가 1월부터 8월까지 완전히 똑같았다. 배의원은 “정유사들끼리 담합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하며 산자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mungchii@donga.com